"GM보다는 포드가 낫지요"

29일 오전 포드가 대우차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되자 대우차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여러모로 포드가 인수 적임자"라고 거들었다.

심지어 입찰경쟁자였던 현대 관계자마저도 한국차산업의 장래를 위해선 GM보다는 포드의 입성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드가 신중하고 보수적이긴 하지만 일단 방침을 정하면 좀처럼 바꾸는 법이 없고 갑자기 전략을 수정하는 일도 드물다고 말했다.

불시의 자본철수 사례도 없었다고 했다.

사실 포드는 미국기업들이 구조조정 수단으로 애용하는 "공장축소"나 "인원삭감"을 별로 하지 않는 회사다.

대우 임직원들이 오랜 관계를 맺어온 GM보다 포드를 더 선호하는 것도 이런 스타일과 무관치않다.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79년 포드는 일본 마쓰다를 인수했다.

당시 분위기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포드는 설비와 인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포드라는 새 주인을 맞아 안정을 찾은 마쓰다는 80년에 매출을 크게 늘려 전성기의 시장점유율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지난 90년 영국자동차의 자존심이었던 재규어를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드는 최신 생산기술에 재규어의 전통과 개성을 그대로 접목,영국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조나단 브라우닝 재규어 전무이사는 최근 신문기고를 통해 "포드는 재규어의 자부심과 주체성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차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은 이런 포드의 전통에 크게 기대를 걸고있다.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대우차를 세계의 내로라하는 디비전으로 육성,한때 세계경영을 주창하며 해외를 누볐던 "대우맨"들의 보람과 긍지를 되찾아줄 것으로 믿고있다.

"채권단의 지원자금으로 점심을 먹는 날도 얼마 남지않았다"며 밝게 웃는 직원들의 표정속에는 새로운 주인을 맞는데 대한 희망섞인 설레임이 배어있었다.

적어도 이날만은 "망한 회사"를 다닌다는 자조적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팔수록 손해"라는 할부 프로그램을 홍보해야하는 현실도 잊어버린듯 했다.

포드가 "정상적인 회사"를 갖고 싶어하는 이들의 "소박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두고두고 관심거리다.

더 나아가 포드가 낫선 땅에 뿌리를 내려 한국차산업을 반석에 올려놓는데 얼마나 기여할지 지켜볼 일이다.

조일훈 산업부 기자 ji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