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표준방식(GSM) 휴대폰에 대한 로열티로 비상이 걸렸다.

GSM 원천기술을 가진 해외업체들이 뒤늦게 로열티를 요구해와 한꺼번에 수천억원을 물어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GSM 휴대폰을 생산,수출하면서 유럽의 중소 업체들로부터 로열티 없이 GSM칩을 사들여왔다.

그러나 올들어 원천기술을 가진 모토로라 노키아 에릭슨 필립스 지멘스 등 해외 업체들이 특허료 협상을 잇따라 요구해오면서 기존에 수출한 물량에 대해서까지 로열티를 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외 업체들이 뒤늦게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삼성전자의 GSM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해외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릭슨코리아 관계자는 "GSM 업체들은 그동안 국내 업체들에 대해 생산물량이 적어 로열티를 물지 않았으나 특히 삼성전자의 GSM 휴대폰 판매량이 지난해부터 급증하자 위협을 느껴 최근 로열티 협상에 잇따라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7년말부터 GSM 휴대폰을 생산해 주로 유럽 등에 수출해왔으며 지난해의 경우 전체 수출물량의 절반이상에 달한다.

특히 삼성은 최근 유럽에 현지 GSM 휴대폰 생산공장을 완공하는 등 현지 수출물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이에따른 로열티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SM 특허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요구하는 로열티를 모두 합치면 제품가격의 15%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경우 그동안 수출했던 휴대폰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만 내야할 로열티가 적어도 3천억~4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자체 확보하고 있는 특허기술을 해외 업체와 서로 교환하는 크로스라이선싱을 통해 로열티 수준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M 업체들의 특허공세는 삼성전자에 이어 이미 상당물량의 GSM 휴대폰을 수출하고 있거나 수출을 계획중인 맥슨전자 LG정보통신 등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정보통신 특허팀 관계자는 "GSM시장이 세계 휴대폰 시장의 6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지면서 국내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이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로열티 문제가 본격화될 경우 기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