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은행들이 26일부터 회사채 매입과 단기신탁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첫날 실적은 그리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들의 종금사 지원도 이날까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홍보부족과 은행내의 업무절차 등으로 인해 아직 정부 대책이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회사채 매입 =은행들은 채권투자펀드가 가동되는 7월1일까지의 시차(1주일)를 메우기 위해 이날부터 회사채매입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 7월1일까지 매수할 수 있는 물량은 1천1백여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입대상 채권에 자산담보부증권(ABS)이나 지급보증회사채 시중유통회사채 A등급회사채 등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들이 채권 매입에 나서자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채권투자펀드 가동에 앞서 회사채를 사들이는 선취매가 일어 회사채 금리는 약세를 보였다.

딜러들은 특히 오는 30일 현대석유화학이 내놓는 5백억원 규모의 BB+급 회사채(1년만기 무보증) 발행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채 발행이 성공할 경우 채권시장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 단기신탁상품 판매 =일부 기관 자금을 유치한 은행들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판매실적이 저조했다.

제일, 산업은행 등은 상품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아예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3개월만기 추가형과 6개월만기 단위형 두종류가 있지만 신한, 주택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추가형 단기신탁만을 팔고 있다.

은행별 판매액은 막판에 5백억원 규모의 기관자금이 들어온 한미은행이 8백3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하나은행이 6백40억원, 국민은행이 5백21억원, 조흥은행이 3백10억원을 판매했다.

다른 은행들은 10억~20억원 정도에 머물렀다.

<> 종금사 지원 =중앙종금의 경우 지난 19일 서울은행에 3천5백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행측은 "정부의 말만 믿고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상성 자금부장은 "설사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지원한다 하더라도 지원규모는 한아름종금에 묶여 있는 은행계정 5백7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정부는 언론을 통해서만 종금대책을 발표했을 뿐 은행들에는 공문 한장 보내지 않았다"며 정부의 공식문서가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불, 금호, 한스종금 등은 각각 신한, 국민, 조흥은행과 접촉하고 있으나 해당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승윤.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