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는 금융구조조정의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2차 금융 구조조정의 원칙을 세워 이를 발표하라"(26일 오전 열린 재정경제부 간부회의에서 이헌재 장관)

"금융지주회사 편입에 반발하는 은행들은 강행하지 않고 당사자들과 협의해 결정하겠습니다"(26일 오전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의 기자 간담회)

정부가 한빛 조흥 외환은행등 이른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권을 지주회사 방식으로 묶어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대원칙이 후퇴하고 있다.

금감위와 재경부 관계자들의 잇딴 발언은 얼마전 발표한 합병원칙과 주파수가 너무나 다르다.

정부는 지난 7일 경제장관 간담회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처리 방향을 밝힌지 3주일도 채 안된 시점에서 뉘앙스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3개 은행을 지주회사로 묶는다는 구상은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가 내심 합의한 사항이었다.

내년부터 예금보호한도가 축소될 경우 이들 3개 은행이 독자적인 생존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이미 투입한 공적자금을 날리게 될 것을 우려한 정부는 지주회사라는 "핵우산"으로 이들 은행을 일단 묶으려 했다.

그런 다음 시간을 두고 은행별 전문화를 추진하고 인력과 점포를 줄이려 했던게 정부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해당 은행장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조차 이같은 정부 구상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은행 노조는 정부가 강행할 경우 다음달 11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외의 반발에 맞닥뜨린 정부는 이날 이 위원장의 발언과 재경부 관계자의 멘트등을 통해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한 달래기 작전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지주회사식 구조조정의 효용성에 회의를 느꼈는지 시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게 됐다.

지주회사식 구조조정을 발표했을때 이들 은행의 주가가 뛰어올랐는데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다.

금융지주회사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여야의원을 설득해 법을 통과시킬 일도 산넘어 산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뒷걸음치는 것은 구조조정의 의지가 퇴색한게 아닌지 묻고 싶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