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 LG등 국내기업들이 이라크에 대한 수출이나 공사 미수금을 포기하는 대신 미수금(채권액)의 2배에 달하는 신규 계약쿼터를 받는 조건으로 이라크 시장에 재진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2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라크 재무부는 최근 대 이라크 채권을 보유한 외국기업에 대해 채권액의 2배에 달하는 신규 MOU계약쿼터를 제공하는 내용의 채무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1억달러의 수출미수금이 있는 외국기업에게 2억달러 상당의 상품수출권을 주고 1억달러의 미수금은 배상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건설부문에서 현대.삼성.벽산건설 등이 11억달러,무역부문에서 현대종합상사,삼성물산,LG상사,대우,SK상사,코오롱,효성,국제상사,동국무역 등이 3억달러 등 모두 14억달러의 대이라크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걸프전으로 미수금 조정이 중단되자 90년대초 유엔배상위원회(UNCC)에 피해보상을 청구했으며 이로 인해 이라크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시장진출에 제약을 받아왔다.

KOTRA는 현재 이라크의 대외채무가 1천3백억달러에 달해 배상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상환전망이 불투명한 악성채무를 계속 안고 있는 것보다 MOU계약으로 바꿔 이라크시장에 재진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기업중 대우는 이미 배상청구를 취하했으며 삼성물산 등도 수출보험공사 등의 부보를 통해 대손처리를 끝낸 상태여서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KOTRA는 독일,일본 등의 기업이 시장진출 재개를 위해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며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 해제 이후 예상되는 전후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