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은행들이 새로운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 적용에 따라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는 3조2천억원 내외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0조원 정도에 이르나 채권투자펀드가 흡수할 수 있어 자금시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최근 발표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도입한 제도만 제대로 정착돼도 상당히 괜찮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은행합병과 관련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다른 은행의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은행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3조원 조금 넘는다.

은행들이 부실은폐라고 오해받을 가능성 있는 것은 모두 반영했는데 3조2천억원정도 된다.

이 부실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내려가도 바로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하지 않는다.

경상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그냥 그렇게 갈 것이다.

그게 안되는 은행들은 후순위채 발행 등 자구노력을 할 것이다.

몇개 은행만 빼고는 경상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지난번 국제통화기금(IMF)이 정책협의 때 워크아웃 기업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해 왔다.

그래서 지금은 2~20%를 적립하는데 50%까지도 할 수 있다고 답변해줬다.

IMF측은 "그러면 완벽하게 투명하다"고 말했다"

-자금시장은 최악의 상황이 지났나.

"진정기미가 보인다.

정부대책은 채권투자펀드를 조성하고 회사채 위험을 분산해 주는 부분보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는데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사나 투신사들이 펀드를 서로 만들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비과세형 투신상품은 이미 예약이 활발히 들어오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30조 정도다.

이중 5대그룹이 갖고 있는게 14조원 정도고 나머지 16조원 정도는 중견기업 것이다.

채권투자펀드가 만들어지면 웬만한 것은 다 흡수할 수 있다.

투신시장이 안정돼 가고 있어 추가로 흡수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권고안이 발표됐는데 너무 앞선것 아니냐.

"제도는 앞으로만 가는 것이 좋은게 아니다.

이미 도입해 놓은 것만 제대로 정착돼도 상당히 괜찮다.

권고안중 귀담아 들을 내용도 있으니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 합병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위해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 등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또 공적자금 투입 은행과 시중은행과는 짝짓기를 하지 않겠다.

공적자금 투입한 은행에 대해서는 필요한 때가 되면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

-한계기업이 10개나 된다는 루머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추가공적자금을 조성할 계획은 없나.

"정부가 개별 기업에 대해 구제금융이나 만기연장을 해주라고 지시한 적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적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대형사고 터져서 금융기관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태가 생긴 때다.

1천억~2천억원 짜리가 쓰러져 금융기관 손실이 몇백억원 나는 정도면 금융기관들이 모두 흡수할 수 있다.

은행들이 영업이익을 2조이상 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해 2~3%정도 대손 발생하는 것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하자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대형사고란 대우나 현대그룹 정도 규모를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가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모두들 알고 있지 않느냐"

-현대자동차가 상반기까지 계열분리한다고 했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위반 아닌가.

"현대는 당초 2002년까지 계열분리 하겠다고 했다.

그걸 2000년중에 노력하겠다고 했다가 스스로 상반기까지 하겠다고 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재무구조개선약정 위반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의 약속을 위반한 문제가 된다.

아마 약속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분문제가 남았는데 정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을 떠난 상황에서 그걸 현대의 지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인수합병(M&A) 전용펀드 도입취지는.

"M&A는 경영권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적대적 M&A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경영진들이 긴장감을 갖게 되지 않겠느냐는게 본질적인 취지다.

또 상장기업체중 M&A 가능성이 있는 곳은 주가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

기업구조조정이나 기업투명성, 기업공시제도, 투신 및 회사채 시장 등 대부분 문제가 기틀을 잡았으니 이제는 주식시장으로 눈돌릴 때다.

경영권 시장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M&A 시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상수지 목표를 1백억~1백20억달러로 표현한 것은 사실상 목표를 1백억달러로 축소한 것 아니냐.

"아니다.

1백20억달러를 유지한 것이다.

시장에서 자꾸 "무리하게 1백20억달러 목표를 고집한다"고 불안해 하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실무자들이 몇번씩 추계해 봤지만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급등하지 않는한 1백20억달러 가까이 달성할 수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