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호델롯데에서 열린 한 벤처펀드 결성총회.

1백억원 규모의 바이오 전문 벤처펀드가 탄생되는 현장이었다.

개인투자자들과 펀드 운용을 맡은 캐피털 관계자들의 조촐한 점심식사와 대화가 이어졌다.

-투자자금은 언제 회수할 수 있습니까.

배당금은 매년 받을 수 있나요.

"늦어도 2년 정도면 코스닥에 등록하거나 M&A를 통해 회수할 수 있습니다.

배당에도 최대한 힘쓸 계획입니다"

-바이오 분야로 투자자금이 너무 많이 몰렸는데 좋은 업체들이 아직 남아있을까요.

"아직 숨어있는 보석들이 많아요.

이들을 찾아내 선점하면 수익이 엄청날 겁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과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펀드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상할 것 없는 질문과 대답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에서 최근 내놓은 "바이오산업-누가 진정한 바이오인가?"라는 보고서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이 자료는 미국에서 곧 완성될 "휴먼게놈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연구인력 부족과 기술격차로 게놈 프로젝트는 활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은 한국에서 바이오로 한창 뜨고 있는 식품,농업,환경 업체들에겐 직접적인 호재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선 아직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제대로 된 바이오 벤처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한국의 바이오 열풍은 대박만을 꿈꾸는 "숨은 보석찾기"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오랜 기간을 기다리며 묵묵히 기술을 개발,응용하겠다는 생각보다 단지 "바이오"라는 포장지로 잘 싸서 가치를 뻥튀기고,또 잘 골라서 한 건 터뜨리겠다는 풍조가 만연하다.

10년이 걸려 완성한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를 무료로 공개할 만큼 해외 선진 바이오 업체들은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바이오"라며 나서고 있는 "무늬만 바이오벤처"의 난립과 바이오에 대한 "묻지마 투자"로 그야말로 열풍이 휩쓸고 있는 한국의 바이오 산업이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서욱진 벤처중기부 기자 venture@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