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출신 벤처기업가가 연세대에 대규모 주식을 기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바이오 벤처기업인 벤트리의 이행우(43)사장. 이 사장은 모교인 고려대에 50억원 규모의 주식을 기증하면서 연세대에도 똑같은 규모의 주식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오는 22일로 벤트리가 코스닥에 등록된 지 6개월이 지나 대주주 주식 의무보유기간이 끝남에 따라 자신이 갖고 있는 벤트리 주식 21만주(지분율 19.3%)중 10만주를 고려대와 연세대에 각각 5만주씩 나란히 기증키로 했다.

이 사장은 20일 오전 고려대 김정배 총장과 연세대 김병수 총장을 잇따라 만나 주식기부 약정을 체결했다.

이 사장이 두 학교에 기부한 벤트리 주식 10만주는 20일 현재 주가(8만4천700원)로 따져 84억7천만원, 지난 60일 평균 주가(약 14만원)로는 1백40억원 규모다.

이 사장은 또 주식 5만주를 내달중 서울 강남에 문을 여는 ''벤트리 클리닉''이란 간질환 전문병원과 신약연구재단 등에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기도 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 지분중 70% 이상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셈이다.

이 사장의 이번 기부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대 출신 벤처기업가가 모교와 똑같이 연세대에도 주식을 기증했기 때문.이 사장은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고대에서 연구교수까지 지낸 벤처기업가다.

연세대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더욱 활발한 기부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교인 고대뿐 아니라 연세대에도 주식을 기증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 사장은 "평소 고대 동문이 연대에, 연대 동문은 고대에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이영선 기획실장(경제학과 교수)은 "고대 출신 벤처기업가로부터 기부를 받아 두 학교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며 "기부받은 주식은 기증자의 뜻을 살려 생명과학과 통일경제 등의 연구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의 기증 규모는 연세대가 동문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받은 기부액수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트리는 "이 사장이 기부한 주식을 연대와 고대가 앞으로 3년간 시장에 내다팔지 않고 주식 형태로 갖고 있기로 합의했다"며 "때문에 주가엔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트리는 지난 97년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유리나 거울 등에 김이 서리지 않도록 하는 초친수성 소재를 개발해 상품화 했다.

올들어선 약초와 해조류 등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들로 간경화치료제와 치매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1억원에 당기순이익 3억원을 올렸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워 김서림방지제와 간경화치료제 치매치료제 등의 사업을 현지에서 벌이고 있다.

(02)3453-7171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