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재용(이 회장의 장남)이가 경영에 관심과 자질을 보이는 것 같으나 지금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월간조선이 보도했다.

이 회장은 이날 발매된 월간조선 7월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찍부터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을 해온 삼성은 앞으로 누가 경영을 맡더라도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며 재용씨의 경영참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용이가 인터넷 사업 등 디지털 경영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관련 사업분야에서 가급적 많은 경험을 쌓아보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기업경영이 고민과 결단의 과정이고 피말리는 정신적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사명감 없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삼성의 후계구도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이번 언급은 현재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박사과정에서 e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재용씨가 경영에 자질과 흥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학업을 마치면 인터넷이나 디지털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쌓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용씨가 최근 삼성의 인터넷 사업과는 별도로 설립된 인터넷 지주회사를 통해인터넷 벤처기업에 활발히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장자가 경영권을 잇는 것과 관련,"가통을 장자가 이어가는 것은 동양의 미덕이지만 사업은 집안식구들만 딸려있는 것이 아니고 주주,종업원 등 여러 사람이 관여하고있는 만큼 자식 중에서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고 없을 경우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한국 벤처산업의 장단점에 대해 "의사결정과 신제품개발속도가 빠르고 인터넷 분야는 국제경쟁력도 있지만 성공했다는 일부 벤처기업들이 사옥을 사들이는 등 대기업들의 흉내와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 같아 우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폐암 수술 이후 건강은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