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4일 과열양상을 빚던 미국경제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과열을 막고 인플레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6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던 FRB가 경기둔화를 공식 거론한 것은 지난 91년4월부터 10년째 지속중인 경기확장이후 처음이다.

이에따라 FRB가 오는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FRB는 이날 발표한 정례경기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지난 4~5월중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산발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경기둔화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 인플레 악화조짐이 나타나는 등 인플레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지북은 또 노동시장의 경직상태가 해소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번 보고서가 나왔을 때보다는 더 악화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월대비 0.1%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0.2%)를 밑도는 것이다.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뺀 핵심소비자물가상승률도 0.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베이지북의 내용이나 소비자물가등 최근 경제지표를 감안할때 이달에는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신 향후 경기동향을 더 지켜본뒤 오는 8월22일 FOMC회의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에서는 FRB의 잇딴 금리인상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미경제가 본격적인 둔화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인플레 압력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FRB는 경기가 "뚜렷한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5일 발표된 5월 산업생산량이 예상과는 달리 전월대비 0.4%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것도 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