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민간기업의 "스피드경영"을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처럼 조직을 대폭 슬림화하는가 하면 의사결정권을 밑으로 넘기는 공기업이 늘고 있다.

전자결재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민원을 적극 수렴해 대처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공기업들이 스피드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공기업들은 예전처럼 느린 템포로 움직이다간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고객들은 좀더 빠르고 우수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변화는 조직개편을 통한 결재라인 단축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경우 98년9월 팀제를 도입하면서 결재라인을 2~3단계 줄였다.

예전에는 실무자나 과장이 기안하면 차장 부장 임원 등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요즘엔 팀장이 기안해 임원과 최고경영자가 결재토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의사결졍에 걸리는 기간이 최소한 하루 정도 짧아졌다.

한국중공업은 결재권을 밑으로 대폭 이양했다.

예전에 사장이 결재하던 사안은 본부장에게,본부장이 결재하던 사안은 부장에게 넘겼다.

사장에게는 중장기계획을 비롯한 중요사안만 보고토록 했다.

그 결과 웬만한 일은 11명의 본부장 선에서 결정하고 있다.

그만큼 결재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고 본부 단위의 책임경영이 이뤄지게 됐다.

전자결재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어느 공기업이든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결재를 받기 위해 임원실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예전에는 상사가 외출중이거나 손님과 면담중이면 결재가 한없이 늦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결재가 수시로 이뤄진다.

임원 컴퓨터는 때를 가리지 않고 "결재문서가 올라왔습니다"라고 알려준다.

한국통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에서는 오래전에 결재문서가 사라졌다.

모든 결재는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빨라졌다.

다른 공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전자결재를 도입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도 금년초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든 임직원의 컴퓨터에 "핸디오피스"라는 프로그램을 깔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토록 하고 있다.

공기업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도 큰 변화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작년초 고객 편의를 위해 편의점에서도 전기요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했고 신용카드로 수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국통신은 인터넷 애프터서비스요원으로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낮에 혼자 집을 지키기 일쑤인 가정 주부들이 여자 AS요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고객 서비스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홈페이지에서 민원을 접수하고 있고 곧바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답변이 늦어질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릴지 미리 알려주고 있다.

올 들어서는 지사 근무자들이 농민 수출업체 수요업체 등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물론 민간기업에 비하면 공기업이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다.

그러나과거에 비하면 스피드 경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서비스가 개선된 것만은 사실이다.

<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