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부지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컨설턴트인 양선희씨(38)는 지난달초 공매물건을 알아보려고 오랜만에 서울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옛 성업공사)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두해전인가,당시 성업공사 한 직원의 불친절로 발길을 끊었던 그로서는 자산관리공사의 변화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공사 입구에 들어섰을때 시중은행 창구를 찾아온게 아닌가하고 착각될 정도였다고 했다.

어디서 누구에게 방문지를 물어봐야할 지 난감했던 때와는 영딴판으로 "고객대접을 받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30일부터 차를 탄 채 고속도로 요금소를 그대로 지나가면 통행료가 자동 정산되는 "하이패스(Hi-Pass)"시스템을 가동한다.

차량이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할때 차량에 부착된 요금정산 탑재기가 요금소 안테나에 신호를 보내 통행료를 자동징수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쌩쌩 달리던 자동차가 고속도로 요금소 때문에 더 이상 거북이 운행을 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불편은 줄어드는 셈이다.

공기업들의 고객만족경영이 경쟁적으로 불붙고 있다.

고객만족경영의 동인(동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불특정 고객을 대하는 공기업들은 민간기업들의 "친절 맛"을 누려 본 시민들이 공기업의 불친절을 못 참는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엔 시민들이 돈을 지불하고도 합당한 권리를 갖지 못하는데 대해 불만을 즉각 표출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공기업 내부에서도 더 이상 군림하는 자세로는 고객의 신뢰를 쌓아갈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냥 자성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웬만한 공기업치고 "고객서비스 실천헌장"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공기업들의 고객만족경영 지향점은 민간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에 맞춰져 있다.

김포공항 3개청사(국내선 국제선1,2)를 관리운영하는 한국공항공단은 시중 백화점의 고객만족경영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기법은 아니지만 고객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유아를 데리고 김포공항에 가면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다.

1층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기면 유모차를 빌려준다.

항공기 이용자보다 출영객들을 위한 배려다.

매월 3째주 토요일마다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3층 대합실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실내악이나 국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학교 동아리들이 자원,펼치는 연주회다.

공항공단이 여행객들의 비행기편을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공항공단은 또 출국장 보세구역(CIQ)안에 물품보관소를 마련,여행객들의 손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한전은 사업소를 순회하며 직원들에게 서비스 컨설팅을 해 주는 "서비스닥터(doctor)"제를 시행하고 있다.

컨설팅요원으로 선발되면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외 서비스 전문기관에 위탁교육을 받고 서비스박사라는 칭호를 얻게된다.

서비스닥터 요원들은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고객서비스 내용을 외부에 의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전은 중앙교육원에 "고객만족 추진반 과정"을 신설,매달 고객창구 및 민원인을 자주 대하는 부서 근무자를 대상으로 서비스교육을 하고 있다.

전사원의 서비스맨화가 한전의 목표다.

한국도로공사의 사장 경영방침은 "(고객을)섬기는 경영"이다.

고속도로 이용객을 왕처럼 모시겠다는 얘기다.

도로공사 고객만족 경영가운데 고객들로부터 소리없는 칭찬을 받고 있는 것은 고속도로 화장실 개선이다.

도로공사는 지난해초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혁신 방안을 수립,일본 등 외국사례를 벤치마킹해가면서 대대적인 휴게소운영 개선에 나섰다.

특히 화장실을 호텔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워낙 많은 이용객들이 이용하다보니 호텔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휴게소 화장실 입구에는 청소담당자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들이 변화를 가져온 주역들이라고 보면 된다.

공기업의 고객만족경영 수준은 민간기업처럼 혁신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공기업 관계자는 "오랜 체질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고객을 모셔야 한다는 의식변화 자체만이라도 높게 평가해달라"고 주문한다.

<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