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부산하다.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이란 굵직한 현안이 걸려 있는 터에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건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을 인수할 경우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통신 조기 민영화를 대응 카드로 내놓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통신시장이 개방되고 민간부문이 커짐에 따라 공기업을 통해 통신정책을 펼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에 대해서는 경쟁업체들의 반발이 심하지만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한솔엠닷컴을 인수할 만한 업체가 없고 정부가 한없이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국통신 민영화와 더불어 청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정보통신부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특히 한국통신의 대주주인 정통부는 한국통신에 대해 법.제도적인 틀을 무시한 다양한 형태의 간섭과 압력을 행사해 왔다.

심지어 "한국통신 사람들을 머슴 부리듯 한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통신의 비효율적인 관행도 청산해야 할 과제이다.

조직만 봐도 그렇다.

한국통신에는 부장과 임원 사이에 국장이라는 자리가 있다.

그야말로 옥상옥이다.

그만큼 결재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실장이 결정한 문제를 부장이나 국장이 한없이 뭉개버리는 경우도 있다.

오랜 독점체제에 익숙해진 탓에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턱없이 부족하다.

네티즌들이 이 회사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에 불만을 제기하며 "안티 코넷"을 외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정부가 조기 민영화 방침을 밝히자 한국통신 임직원들은 반기고 있다.

더이상 ''시집살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기업 풍토를 청산하지 않고는 민영화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통신은 최근 수년간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민간기업들은 아직도 민영화될 한국통신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통신사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통신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했다가 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실 한솔엠닷컴도 시장점유율이 최하위로 처지면서 IMT-2000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밀려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한국통신의 인수가 이 상황을 타개할 "백기사"가 된 셈이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