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사내외에서 합리적인 경영인으로 통한다.

반도체 통신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각 사업부문을 미래 지향적인 사업모델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게 그의 경영전략이다.

시티은행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거쳐 지난 1983년 현대전자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은 기획 업무 및 해외 법인 관리를 통해 경영수완을 익혔다.

현대전자에 근무하던 90년엔 미국 노바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해 LG반도체와 합병후 통합은 순조롭게 진행되나.

"통합후 시장점유율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0%를 점유했고 올해는 23%까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양사 합병으로 고객사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돼 고정 거래처가 크게 늘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1년 이상 장기계약 고객이 85%를 넘는다.

또 제품 및 기술 개발 계획도 양사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최적화해 제품개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같은 영업호조와 재무구조노력으로 금년중 총 9조4천억원의 차입금중 1조5천억원 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사업부별로 책임경영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합병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최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 성과는.

"재무구조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그래야 이자(영업외비용)부담을 덜고 유리한 위치에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현대는 종업원에게 줄 스톡옵션 물량(9백만주)을 제외하면 2천7백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할 투자자를 찾아 외자를 조달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관심이 높아 최근 1억달러씩 두차례에 걸쳐 외자를 들여왔다.

외자는 부채를 갚는데 쓸 예정이다.

현대전자는 자사주 외에도 우량한 기업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

-현대투신의 대주주로서 부담이 클텐데.

"현재 현대투신의 지분 27.6%를 갖고 있다.

1.4분기 상당한 규모의 순익을 내고도 적자를 계상한 것은 지분법 계상으로 현대투신의 손실이 2천억원가량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현대전자는 현대투신에 현금 투자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대전자가 투신의 대주주니까 돈을 당장 내라고 해도 이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다.

대신 보유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거나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분을 20%미만으로 낮출 계획이다"

-취임후 임직원에게 캐시플로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금을 창출해서 부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투자하자는데 취지가 있다.

쉽게 말해 의미있는 재무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현금을 쓰고 창출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인식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야 책임감을 갖고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자는 재고가 어디에 쌓여있고 외상매입금이 얼마인가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투자활동을 끝내고 연말에 8천7백억원 가량의 현금을 갖게 된다.

예전처럼 국내 기준의 경영성과를 중시하는게 아니라 전 세계 사업장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