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와 "벤처"가 화려한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기업에 대한 거품시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벤처기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연예와 오락에 대한 관심과 지출이 늘어나면서 이들 엔터테인먼트 벤처기업은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추고 사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을 문화산업으로까지 넓혀 벤처창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문화벤처기업"이 그것.

한편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쌓아온 기존 음반회사들이나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도 벤처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M&A(인수합병) 등으로 규모와 매출이 커진 이들 기업은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뛰고 있다.

벤처캐피털들도 앞다퉈 엔터테인먼트 전문펀드를 조성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증권 시황분석가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식이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코스닥시장을 움직이는 신테마주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한기술투자 진재윤 심사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지식산업"이라며 "음악 캐릭터 등 주변산업과의 연관효과가 커 대규모 이익창출이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 엔터테인먼트에서 문화벤처까지 =영화 "보스"로 유명한 유영진(45) 감독이 대표이사를 맡은 밀레21.

이 회사는 연예와 오락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전통을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밀레21은 영어 중국어 일어 프랑스어 등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류밀레"(21.가명)양을 문화상품의 전도사로 내세울 계획이다.

유영진 사장은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상품을 세계 곳곳에 뿌리기 위해선 어학능력부터 필수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류밀레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류양은 올 여름에 일본 무대에서 가수로 데뷔하는 것을 시작으로 홍콩 미국 등에도 현지법인을 통해 진출할 예정이다.

밀레21은 전세계 40여개 국가의 인터넷방송과 제휴, 올 여름부터 문화 콘텐츠를 공급하게 된다.

또 영화사업에도 참여해 인기그룹 HOT가 출연하는 3D입체영화 "평화의 시대(가제)"를 제작중이다.

<> 오프라인 업체들의 벤처기업으로의 변신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기존 음반회사들이나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의 벤처기업으로의 변신도 적극적이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은 로커스 김형순 사장이 대표로 있는 싸이더스다.

싸이더스는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로커스, 국내 메이저 영화사중 하나인 우노필름(대표 차승재), 연예인 매니지먼트회사 EBM기획(대표 정훈탁), 인터넷영화 업체 웹시네마(대표 김창규) 등이 합병해 만든 회사다.

우노필름은 최근 몇년간 "비트" "처녀들의 저녁식사" "태양은 없다" 등 히트영화를 잇달아 제작했다.

EBM기획은 정우성 전지현 김혜수 김승우 박신양 전도연 등 대형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다.

웹시네마는 인터넷 VOD(주문형비디오) 분야의 선두업체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들과 정보통신분야 기술을 가진 로커스가 결합한 싸이더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해외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영화제작 투자와 외화수입이 주력사업이었던 튜브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범)도 최근 매니지먼트 업계에 진출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쉬리"의 최민식과 박은숙, "반칙왕"의 송강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데 이어 액터랜드와도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해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배급했던 튜브는 최근 한국영화 "로스트 메모리즈" "가위" 등을 제작하는데 투자했다.

코스닥에 등록된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대영에이앤브이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엔터테인먼트 벤처기업들이다.

이수만씨가 세운 음반기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는 인기가수 HOT, SES, 신화 등이 소속돼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27일 코스닥에서 첫거래 이후 7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대영에이앤브이(대표 유재학)는 국내 10여개 기획사들과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음반을 제작, 유통시키고 있다.

핑클 클릭B 등이 소속된 DSP엔터테인먼트, 태진아 성진우 등의 기획사인 진아기획 등이 대영의 파트너다.

지난달 출범한 스타서치엔터테인먼트(대표 설윤도)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중적 상품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 만화영화제작업체인 한신코퍼레이션과 코코엔터프라이즈 등도 주목받는 엔터테인먼트 벤처기업이다.

<>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드림벤처캐피탈(대표 염태순)은 최근 2백억원 규모의 "드림영상.IT벤처1호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이 펀드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한국 영상.영화제작 프로젝트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대표 김정실.김태한)와 국제금융자문사인 유니온금융투자(대표 이명호)는 디지털 영상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1천억원 규모의 국내 벤처펀드 "매직스퀘어 코리아"와 1억달러 규모의 미국 벤처펀드 "매직스퀘어"를 동시에 설립키로 했다.

프라임벤처캐피탈(대표 최한덕)은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분야의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1백억원 규모의 "멀티엔터테인먼트 펀드"를 결성중이다.

무한기술투자(대표 이인규)는 지난 1월 1백15억원 규모의 "무한영상벤처투자조합"을 탄생시켰다.

<> 전망과 과제 =모바일인터넷 디지털방송 위성방송 등 다양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함에 따라 콘텐츠를 공급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기존 산업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업간의 인수.합병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튜브엔터테인먼트 김승범 사장은 "이 분야의 제작과정 유통구조 등이 투명해지면 수익률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국제화와 벤처기업화를 통해 문화상품 수출에도 기여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장경영.길덕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