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부족을 겪던 한국종금이 8일 밤 늦게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자금지원 결정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엄낙용 재경부 차관과 한국종금 대주주인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은 저녁 늦게까지 마라톤 협상끝에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아냈다.

자금지원을 위해 정부는 예보운영위가 한국종금을 "부실우려 금융기관"으로 지정토록 했다.

이번이 첫 적용사례다.

예금자보호법에 근거규정(38조 2항)이 있지만 그동안은 공적자금을 대가없이 지원한다는 문제가 있어 피해 왔던 것이다.

과거에는 유동성 부족에 빠진 종금사들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외없이 강도 높은 적기시정조치(영업정지, 주식소각, 경영진고발 등)를 받았다.

또 퇴출때의 예금대지급을 빼곤 유동성 문제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적이 없다.

이번 한국종금 지원 결정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정부는 대우 연계콜 문제에서도 원칙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관료들은 불과 얼마전까지도 이 문제를 당사자인 금융기관들이 풀어야 한다고 발을 빼왔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연계콜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국종금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버텼다.

결국 재경부는 9일 연계콜 문제해결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는 "주인이 있는 2금융권 구조조정은 대주주에게 맡긴다"는 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한 것과 다름없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정부 요구에 순응하면 손해보고 버티면 득"이라며 특혜시비도 제기한다.

중앙종금-제주은행의 합병건에 대한 금감위의 반응도 석연치 않다.

금감위는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뿐이며 진의를 파악중"이라고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금감위는 내심 "기피인물"이 합병을 주도하는데 대한 의구심도 공공연히 제기한다.

하지만 정작 금감위도 지난해초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서울은행 매각 MOU를 맺고 이를 홍보했던 일을 상기하면 금감위가 못마땅해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항간에 ''금감위 사람들이 사전에 합병계획을 통보받지 못한데 대해 자존심이 상해서''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한마디로 두 종금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일관성도 원칙도 상실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잣대는 재는 대상에 따라 눈금이 달라지는 것일까.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