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금과 제주은행의 합병선언은 종금업계와 지방은행이 처해 있는 취약한 영업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볼수 있다.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지 한달도 안돼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긴박했다는 뜻이다.

<> 왜 합병하나 =두 회사는 합병의 시너지(연쇄상승) 효과를 강조하지만 영업환경의 악화가 합병을 재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금업계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금자보호한도 축소 조치로 예금자들이 이탈하고 있는 데다 최근 새한 현대그룹 사태이후 자금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김석기 사장은 "정부가 종금사 발전방안을 내놓았지만 지점하나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종금업무는 계속하고 싶은데 길은 안보이는 상황에서 찾은 돌파구"라고 털어놓았다.

제주은행측에서는 2차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을 비껴가기 위한 묘책으로 풀이된다.

제주은행은 지방은행으로서의 독자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은행은 중앙종금과 합병을 통해서 자기자본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합병의 지향점이 없다고 회의적인 평가를 했지만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 시장은 일단 합병을 환영했다.

<> 어떤 효과 있나 =양사는 "도매금융"와 "소매금융"간의 합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영업적 한계를 떨쳐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점망이 적은 중앙종금은 30여개의 제주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제주은행은 CMA와 기업어음(CP), 각종 투신상품 등 금융상품을 지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

합병은행은 앞으로 10년동안 종금업무를 할수 있다.

<> 걸림돌은 무엇인가 =경영진 선임문제와 지분비율을 정하는 문제등이 향후 양사 합병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앙종금측 관계자가 "계약상 대등한 합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종금의 주도하는 식"이라고 밝힌 부분은 향후 양사가 경영권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사의 이견이 커질 경우 계약은 언제든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 정부의 입장은 =정부는 일단 양사의 합병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본 후 의견을 표명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8일 "중앙종금이 제주은행과 맺은 MOU만으로 곧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금감위 김영재 대변인은 "중앙종금이 갑작스럽게 합병을 발표한 진의를 파악중"이라며 "아직까지 후순위채 매입이나 유동성 지원 등 정부의 지원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종금은 거래소의 공시요구를 받고 서둘러 합병 추진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종금은 이날 합병추진발표 보도자료 초안에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후순위채 매입과 유동성 지원 등 지원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가 수정자료를 내면서 삭제했다.

김준현.박수진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