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기시장에서 세계적 무기생산 업체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잇달아 진행되는 대형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회장을 포함한 최고위 경영진들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국제적 거물을 동원한 전방위로비를 전개하고 있다.

최근의 로비 파문을 의식,가급적 설명회나 전시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공개사업설명회를 열고 진행중인 무기도입 사업은 차세대전투기,지대공미사일,차기잠수함,공격형 헬기,장거리레이더 등 5건이다.

금액으로는 무려 9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 전용헬기 3대를 도입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차세대전투기(FX)사업은 4조1천억에 육박하는 예산 확보문제로 난항을 겪었으나 지난해 6월 계획대로 추진키로 최종결정하고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미국의 보잉(기종 F-15K),스페인의 카사(EF-TYPOON),프랑스 다소(Rafale),러시아의 로스브로제이에(SU-35) 등 4개사의 전투기가 시험평가 대상으로 선정돼 사업설명회에 참여했다.

이중 보잉과 카사는 각각 한국의 우일 및 ACT코리아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수주전을 펴고 있다.

나머지는 본사에서 직접 관계자를 보내 수주작업을 펴고 있다.

이들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본사 고위층이나 전.현직 정부 관계자 등을 한국에 보내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보잉은 F-15K가 공중전과 지상폭격 모두 가능하며 고성능 레이다를 갖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소의 라팔은 쌍발엔진과 기동성을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6월말까지 제안서를 받아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7개월에 걸쳐 시험평가와 협상을 실시하고,내년 하반기에는 기종을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차기잠수함사업(KSS-II)은 2005년까지 1조원을 들여 1천5백~2천t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

참여조건은 바닷속에서 20일이상 작전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설계기술을 이전,한국이 3천t급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사양서 협상이 진행중인 이 사업에는 7개 업체가 몰려 치열한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참여업체는 독일의 하데베,프랑스의 디씨엔,이탈리아의 핀칸테리,네덜란드 알디엠,스웨덴 셀시우스,호주 에이에스씨,러시아 로스브로제이에 등이다.

대형공격헬기(AH-X)사업에는 2004년까지 2조원 가량이 투입된다.

2개 대대 규모(30~40대)의 헬기부대를 창설하는 사업이다.

지난 3월 열린 공개설명회에 <>보잉,시코르스키,벨(미국) <>카모프,밀 모스코(러시아) <>데넬(남아공) <>유로콥터(프랑스.독일 합작) 등 모두 7개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보잉은 롱보(AH-64D),시코르스키는 AUH-60,벨은 AH-1Z,카모프는 KA-50,밀 모스코는 MI28,데넬은 루이발크,유로콥터는 타이거를 대표제품으로 제시했다.

이 사업에는 헬리콥터 본체 생산업체 뿐 아니라 레이더와 유도탄 제조사들이 팀을 이뤄 참여하기 때문에 장비업체들의 측면지원전도 함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8월말께 복수의 대상장비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중 기종을 결정할 방침이다.

2003년까지 총48기의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할 차기유도무기(SAM-X)사업에는 미국의 레이티온,프랑스의 유로샘,러이아의 로스브로제니에 등 3개 업체가 참가,2조원의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노후된 대통령 전용헬기를 교체하는 지휘헬기도입사업에는 2003년까지 약 1천억원이 투입된다.

지휘헬기는 쌍발엔진에 시속 1백30노트(약2백40km)의 비행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하며 항법.통신장비와 레이다망을 감지할 수 있는 자체보호장비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의 시콜스키와 벨,러시아의 로스브로제니에와 카산,프랑스의 유로콥터,영국.이태리 합작인 EHI 등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각종 무기도입 사업들은 종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되고 미래의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인 만큼 각 사업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협상자료를 받아 비교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