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직접투자보다는 합영.합작이나 임가공형태의 초기적 투자형태가 될 전망이다.

직접투자를 담보할 만한 현지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외자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아직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자료에 따르면 91년 이후 외국기업들의 대북 투자계약건수(1백만달러 이상)는 총 36건으로 액수로는 7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것도 실제 투자된 액수는 10%(8천8백만달러)를 약간 웃돌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소리만 요란할 뿐 내용은 빈약하다.

지난 4월말 현재 통일부가 승인한 국내 기업의 대북투자 사업건수는 총 17건.

액수로는 1억8천2백29만 달러이다.

이중 제대로 추진중인 대북사업은 겨우 4건 정도이다.

태창이 북한의 "조선릉라888무역총회사"와 합영형태로 진행중인 금강산샘물 사업정도가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그나마 이 회사는 96년 승인 이후 공장설립부터 북한측과 문제를 일으키다 4년여만에 겨우 상품을 내놓게 됐다.

나머지 13건중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경수로 관련사업(4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도에 중단된 상태다.

태영수산(가리비 양식생산)과 백산실업(버섯재배)은 지난98년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북한당국의 제재로 개점휴업상태다.

지난95년부터 추진됐던 대우의 남포공단 사업도 북한측의 일방적인 합영파기로 무산위기에 처했다.

코리아랜드(북한부동산개발)와 미흥식품(수산물채취)등 다른 북한진출 기업들의 사정도 대동소이하다.

한때나마 각광받던 대북경협사업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 상황일까.

통일부 황하수 교류협력국장은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려는 의지에 대해 확신을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93년 외자유치지역으로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정했지만 이를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법과 제도)와 인프라(도로,통신,항만)등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의 기본이되는 외자유치 관련법만 봐도 그렇다.

외자유치에 나선지 10년이 지났지만 "나진.선봉경제무역지대법""외국인기업법""합작법""토지임대법""외국투자은행법"등 57건에 불과하다.

또 시행령등 관련 법을 뒷받침할 만한 조치들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작년 14개의 외자유치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투자환경을 "통제위주"로 바꿨다.

"외자유치 실적은 부진한데 비해 자유주의 사상이 유입되는 등 부작용은 크기 때문"(KOTRA 북한실 홍기선 실장)이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자유치에 나설 의향이라면 <>우선 투자국들과의 투자보장협정(과실송금,투자원금 철수보장,물적재산권,산업재산권 보호)체결과 <>확실한 인센티브제(세제해택등)도입 <>도로및 항만,통신 인프라 확충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통해야만 하는 불편한 통신시설이나 한국보다 30%이상 높은 물류비용등은 외자유치의 커다란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후 투자환경의 급격한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남포 신의주 원산 등지에 "보세가공구"가 설치돼 특수무역지대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임가공 형태이긴 하지만 삼성전자(컴퓨터 조립)나 IMRI(모니터조립),성남전자공업(콤팩트 전구)등 하이테크 산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평화자동차 김병규 차장)라는 게 대북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