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뭐하는 기관입니까. 이렇게 무성의하게 일을 진행한다면 후원은 무엇 때문에 맡았습니까"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된 국제정보통신박람회( Compu-Net 2000).

국제행사에 걸맞게 세계 30여개국 5백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소니 등 일본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쟁업체를 의식,대대적으로 기술력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행사 전날 도우미를 동원,예행연습까지 마치는 치밀함도 보였다.

반면 23개 중소.벤처기업들로 구성된 한국 참가단은 "시작"부터 삐끗했다.

마침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개막식을 맞아야 했다.

"한국관"의 주최를 맡은 한국정보기술원과 후원기관인 KOTRA의 지원 미비로 개막 전날 예행 연습은커녕 장비를 설치하기도 힘에 겨웠다.

오후 5시30분을 넘기고도 상당수의 한국 부스에는 전기공사조차 끝나지 않았다.

장비를 시연하는 데 필요한 랜(LAN)도 오후 7시를 넘기고서야 겨우 개통됐다.

도우미와 통역요원도 오후 4시30분이 지나서 배치돼 제대로 교육을 시킬 시간이 부족했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주최측의 반응은 의외였다.

"공사가 제일 늦고 랜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등 한국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항의에 "공사는 곧 끝날 예정이며 랜이 신통찮기는 다른 나라 부스도 마찬가지"라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한국관 바로 옆의 중국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5분이나 소요된다"고 재차 추궁을 당하고 나서야 "증설공사가 진행중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물론 개막일에 한국기업들은 인터넷 사용이 사실상 어려웠다.

랜의 다운로드 속도가 전화선의 30분의1에 불과한 분당 1백바이트에 지나지 않았다.

전화는 물론 팩스도 없어 기업들은 본사와의 연락에 어려움을 겪었다.

"KOTRA에선 개막 이틀전 직원 한명이 공항에 나와 호텔로 안내하고 개막일에 무역관장이 부스를 한번 돌아본 것 이외에는 한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소입니다.
정부는 참가비의 80%를 지원하는 등 공을 들이고 KOTRA는 나몰라라 한다면 귀중한 예산을 들여 행사차질을 선전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L사의 P상무)

상하이=김태철 벤처중기부 기자 synergy@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