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계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이 자금마련을 위해 매각키로 한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담보로 취득하지 않고 처분위임장만 받기로 했다.

자산매각으로 확보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은행대출금 상환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건설이 스스로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2일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받을 경우 외국금융기관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처분위임장만 제출하도록 현대건설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담보로 내놓을 경우 기업가치가 그만큼 하락한다"며 "현대건설에 돈을 빌려준 해외금융기관들이 담보제공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또 현대건설이 보유자산 매각으로 받는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자금난은 영업환경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상환요구로 인한 일시적인 자금압박 때문"이라며 "현대건설이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을 의무적으로 부채상환에 쓰도록 강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그러나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을 철저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산처분 위임장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판단, 현대측과 처분위임장 문구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