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31일 밤 정몽구 회장이 퇴진할 의사가 없다고 발표,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반퇴진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현대.기아자동차의 분명한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자료를 통해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자동차의 대주주이며 책임 전문경영인이자 대표이사로서 자동차 사업에 전념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일련의 현대사태는 본질적으로 현대투신및 현대건설의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현대.기아자동차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현대구조조정본부 명의의 발표는 현대.기아자동차와 사전협의가 없었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표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이 자동차 소그룹은 6월중에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될 예정이고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경영의 중심축 유지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중차대한 과제"로 <>세계적인 메이커와 중요한 전략적 협상을 정몽구 회장이 직접 추진하고 있고 <>기아자동차 정상화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대.기아자동차의 통합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이 주주로서 뿐만 아니라 30여년간 자동차 업계에 종사해온 책임 전문경영인으로 기아자동차 인수이후 약 6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시켰다"며 "노사관계를 안정시켰으며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등 이미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또 "정주영 명예회장이 밝힌 "큰 원칙"은 향후 원리원칙 경영에 충실하고 전문성에 바탕을 둔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현대자동차의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이뤄졌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며 "정몽구 회장은 정 명예회장과의 회의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동차 전문경영인은 자신이므로 자동차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헌 회장,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회장, 이진호 고려산업개발 회장,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회장 등과 저녁 식사를 마친뒤 다시 회사로 들어와 임원진과 긴급회의를 갖고 이같은 발표문을 작성해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