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날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을 청운동 자택으로 불러 자신과 함께 몽헌 몽구 두 회장도 퇴진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것처럼 전혀 예기치 않던 결정이었다.

이날 몽구 몽헌 회장의 측근들도 두 회장이 전혀 통보를 받지 못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여 결정은 전적으로 정 명예회장의 내린 것으로 보인다.

<> 구조조정위원회의 발표 직후 현대자동차는 예기치 않던 발표 내용에 크게 혼란을 겪는 모습.

정몽구 회장은 오후 3시30분 주요 임원들을 회장실로 불러 모아 긴급 대책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자동차쪽과 한마디 협의협이 진행된 구조조정위의 발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오후 4시께 구조조정위의 발표에 정면 배치되는 "몽구 회장 체제 유지"를 내용으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

<> 현대자동차의 발표 소식을 들은 정 명예회장이 계동 사옥으로 출근한 것은 오후 4시20분.

정 명예회장은 몽구 몽헌 두 회장과 함께 막내 동생인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회장, 이진호 고려산업개발 회장,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등 모두 6명의 그룹 수뇌부를 15층 명예회장실로 불렀다.

정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몽구 회장을 설득했고 몽구 회장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는게 참석자의 전언.

이익치 회장은 "몽구 몽헌 회장 모두 명예회장의 결정에 승복했다"며 "그것이 명예회장 집안의 가풍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윤규 사장도 "두 회장이 명예회장의 결정에 전적으로 승복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 정 명예회장은 회의를 마친뒤 모두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자리를 옮겨 인사동 한정식집인 "목련"으로 직행.

이 자리에는 정 명예회장을 포함해 15층 회의에 참석했던 7명과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구매담당 이사, 정 명예회장의 비서진 4명 등 모두 12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 명예회장과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날 발표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참석했던 이익치 회장이 전했다.

특히 정상영 회장과 김윤규 사장의 농담과 함께 맥주로 건배까지 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저녁 식사를 마친 시간은 저녁 7시 20분.

정몽헌 회장은 앞으로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일 모두 발표할 것"이라며 활짝 웃는 모습이었으며 이익치 회장이 "모든 것이 "아버지(정 명예회장)"의 결정대로 됐다"고 거들었다.

정몽구 회장은 같은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정호.김용준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