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북경)에 온 한 벤처캐피털 사장이 기자를 찾아왔다.

그는 "기술력있는 중국업체를 발굴해 2천5백만달러(지분 5%)를 투자키로 했다"며 이 업체가 나스닥시장에 등록하면 투자비를 건질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딘가 찜찜한게 있었다.

5%지분이 2천5백만달러라면 총 자산가치는 여기에 20을 곱한 5억달러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당 회사는 납입자본 약 28억원으로 1년전에 설립된 회사.기술력을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설립 1년밖에 안된 회사가치가 5억달러에 달할수 있을까.

언제 등록될지 모를 회사에,등록되더라도 배분수익은 5%에 불과함에도 2천5백만달러라는 거금을 성큼 넣을수 있을까.

이 물음에 그는 정확한 답변없이 "다음에 보자"며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까운 달러만 날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베이징을 찾는 국내 벤처관련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광대한 중국 인터넷시장을 개척해 보겠다는 열의로 가득찼다.

그러나 이들의 중국투자행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중국에 대한 연구가 없다.

1천만명을 넘어선 중국 인터넷사용자,컴퓨터 보급대수 등의 통계에만 의존한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 기술을 중국 인터넷시장에 접목하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일부 벤처인들은 중국인터넷 기술을 후진국 수준이라고 본다.

그러나 베이징에는 실리콘밸리의 화교 벤처사업가들이 들여온 기술및 서비스노하우가 풍부하다.

한국 벤처기업들이 중국에 와 가장 먼저 찾는게 파트너다.

그들은 국내에서 모은 자금을 앞세워 될성싶은 중국 파트너와 쉽게 계약을 맺는다.

소위 "묻지마식"투자다.

올초 중국 벤처업체와 합자계약을 체결한 G사 사장은 "자금을 넣은 후에는 갑자기 할일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해당 중국업체는 이미 미국회사와 계약을 체결,서비스 노하우를 들여오고 있었단다.

일부 벤처기업들의 중국투자는 "주가 띄우기 전략"의 하나라는 얘기도 나돈다.

돈은 있는데 서울에서는 투자할 거리가 없고,그래서 중국으로 온다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 인터넷 시장은 분명 기회의 땅이다.

중국은 그러나 준비 안된 도전자에게는 가혹한 땅이다.

10여년전 광활한 시장에 현혹돼 중국으로 달려와 돈 날리고 보따리를 싸야 했던 선배 기업인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