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31일 5조9천억원의 자구안을 최종 확정,발표함에 따라 현대 유동성 부족문제는 거의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날 결정이 나오기까지 정부및 외환은행과 현대간에는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현대가 이번 문제를 현대건설의 일시적인 자금수급상 불일치에 따른 것으로 인식한 반면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정주영 명예회장을 대표로 한 오너경영체제가 유동성 악화를 가져오는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계열사 추가 매각과 함께 정명예회장과 현대 금융부문을 총괄하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전면 퇴진 등의 강도높은 추가 자구책을 요구했다.

현대는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등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현대자동차 대주주로만 남는 점을 들어 사실상 퇴진한 것이라고 맞섰다.

정부의 압박은 계속됐고 급기야 지난 27일 이익치 회장이 주총에서 유임되자 강공 수위는 더욱 높아갔다.

정부는 이날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현대 유동성문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지만 정 명예회장 등의 퇴진 요구는 계속됐다.

이날 정몽헌 회장이 일본으로 돌연 출국하면서 외환은행을 창구로 한 정부의 강공과 현대의 거부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러다 지난 28일 외환은행에서 정 명예회장 등의 퇴진을 공식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고 현대는 이에 맞춰 화답을 위한 추가 자구책 모색에 나서 1조2천억원 규모의 현대건설 자구책을 발표했다.

외환은행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어 현대와 구체적인 자구안을 짜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다 이날 현대가 유동성을 5조9천억원으로 늘린 자구안과 함께 정 명예회장과 정몽구.정몽헌 회장 경영일선 퇴진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는 마무리지어졌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