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림 외환은행장은 30일 오전 김재수 현대그룹구조조정위원장 김윤규 현대건설사장과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단 "현대가 제시한 자구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 현대측에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행장은 이날 "현대가 단기적인 자금마련대책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31일 발표할 자구방안의 큰 틀에 대해서는 양측의 협상이 끝났으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막바지 밀고당기기가 계속됐다.

외환은행은 현대가 이날 오전 제시한 구조조정방안을 검토한 결과 가격산정이나 매각가능성에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이 부분에 대해 보완해줄 것을 현대에 요청했다.

현대가 제시한 신규투자 축소금액 2조2천억원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명세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외환은행은 신규투자 축소가 장기적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개선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은 신규투자 축소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이를 자구방안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은 김경림 행장과의 일문일답.

-현대측과 면담한 결과는.

"전날밤까지만 해도 주채권은행이 바라는 수준의 자구책을 내놓지 않아 속태웠는데 오늘 아침 만나 두시간 정도 얘기하니 모든게 풀렸다.

현대가 기대한 만큼의 자구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자구책 내용은 무엇인가.

"현대건설이 처분하겠다고 밝힌 3천4백여억원의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만약 현대가 제대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이 처분할 수 있는 위임장도 제출하기로 했다.

자금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산처분 계획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매입자가 나타나야 물건을 처분할 수 있는게 아닌가.

만약 매각이 어려울 경우 채권단이 이를 매입해 주는 방식도 고려하겠다.

현대는 언제라도 보유주식이나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현대가 알아서 할 일이다"

-현대건설의 단기자금사정은 어떤가.

"현대건설은 신규자금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미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를 상환하는데 돈이 필요했다.

은행의 당좌대출한도 확대와 일부 채권의 만기연장, 보유자산 처분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새로 제시한 자구계획은 없나.

"추가로 매각할 자산이나 계열사에 대해서는 현대가 31일중 발표할 것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가 제시한 중장기 경영개선대책은 무엇인가.

"계열사 지분매각이나 신규사업 축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도 시장이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시장의 규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보면 된다"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 퇴진문제도 얘기했나.

"주채권은행이 할 얘기가 아니다.

경영개선계획과 자금확보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뿐이다.

현대가 31일 발표하는 내용에 경영자 퇴진여부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