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2차 구조조정의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늦어도 올하반기에는 태풍의 핵이 은행권을 덮칠 기세다.

이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구조조정이 몰고올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해 제각각 합종연횡의 전략을 암중모색중이다.

은행 구조조정의 바람은 이웃 일본에도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가을부터 은행간 초대형합병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은행들에게 구조조정을 다그칠 때도 심심찮게 일본 은행의 구조조정방안을 언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일본 금융구조조정의 현황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본다.

지난 4월19일.일본 신문사들의 윤전기가 토해내는 1면 머릿기사는 ''초대형 금융지주회사 탄생''으로 장식됐다.

도쿄미쓰비시은행과 미쓰비시신탁은행 일본신탁 도쿄신탁 등 도시은행(시중은행)4곳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합병을 선언한 것. 지난해 9월 다이치간교와 후지 니혼코교(일본흥업) 3개 은행을 시발로 지난해 10월의 스미토모와 사꾸라은행, 올 3월의 산와 도카이 아사히 3개 은행으로 이어진 ''은행합병 릴레이''의 마지막 결정탄이었다.

이로써 이제 일본의 도시은행은 4개의 거대 은행그룹으로 재편되게 된 것이다.

일본은행들을 합병의 장으로 내몬 동인은 ''규모의 경제''다.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특히 정보통신기술(IT)의 급속한 발달로 급팽창하고 있는 IT투자비가 합병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은 지난 90년대초 부동산가격 하락 등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막대한 부실자산을 안고 있어 투자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경쟁대상인 미국 등 선진국의 은행은 한발 앞선 대형합병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과 자본력에서 일본은행들을 뒤로 밀고 있다.

미국에 비해 일본의 IT투자비는 1/3 수준에 불과할 정도다.

영업면에서의 시너지효과도 합병을 유도하는 요인이다.

다이치간교와 후지 니혼코교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이치간교와 후지은행은 리테일뱅킹(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은행이다.

니혼코교는 기업금융과 투자은행쪽에서 선두주자다.

이들의 합병으로 각 분야에서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합병으로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일본기업들은 은행대출 등 간접자본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탈중개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이다.

합병의 효과는 또 있다.

일본 도시은행간 합병이 성공될 경우 상당한 인력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스미토모와 사쿠라은행의 경우 합병으로 인력은 20.1%인 6천3백명,지점은 21.5%인 1백83개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물론 일본의 대형합병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지는 미지수다.

아직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은 것은 이웃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의 구조조정이 발표만 있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시간끌기 작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먼저 합병을 선언하고 금융지주회사 설립으로 통합작업을 잡은 것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연재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상황이 일본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