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지방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창투사들의 지방기업 투자, 지자체의 벤처기업 육성책 등이 맞물리면서 벤처불모지로 여겨지던 지방도시에도 벤처붐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곳은 벤처캐피털.

이들은 해당 지역 대학들과 연계, 지방소재 유망 기업 찾기에 나서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면서 유망 기업을 선점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때를 맞춰 지방자치단체들도 벤처기업 육성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경제활성화와 고용증대를 위해 잇따라 첨단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벤처기업들도 벤처포럼을 결성, 엔젤투자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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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창투사 =무한기술투자 LG투자벤처 산은캐피탈 등 상위권 창업투자회사들은 과열투자 양상을 빚고 있는 수도권을 벗어나 고수익을 찾아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무한기술투자는 올해안으로 전국적인 벤처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조만간 대전에 사무소를 개설할 방침이다.

무한은 또 최근 광주과학기술원과 업무협정을 체결하고 기술원내 창업지원센터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개발,홍보,법률,기업공개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부산의 동아대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부산.경남 인터넷 벤처기업 투자 설명회"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LG벤처투자는 제조업 벤처기업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아래 정밀기계 업종이 밀집해 있는 부산.경남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경남 연암공업대와 업무협정을 체결,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정보통신분야 전문투자 업체인 스틱IT벤처는 총 1백억원 규모의 지방 벤처 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하고 대구 포항 대전 등 광역 도시권에 소재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지난달 대전사무소를 설립,일찌감치 중부권 개척에 나섰다.

또 강원도와 함께 벤처펀드를 결성,게임 애니메이션 영상 분야의 벤처기업이 많은 이 지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기술력은 높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유망 벤처를 발굴,고수익을 올리려는 창투사와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지자체들의 이해가 모두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지자체의 벤처기업 유치경쟁 =올초 "테크노밸리"조성을 발표했던 충남도는 하반기부터 아산테크노컴플렉스 61만평을 반도체 및 전자업종으로 특화해 수도권의 유망 벤처기업들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성거지방산업단지 28만5천여평은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등 디스플레이의 생산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천안 제4공단 1백88만5천평과 아산 미디어밸리 41만평은 각각 애니메이션과 정보통신단지로 개발키로 했다.

경남도는 양산 김해 창원 마산 진주 사천 등 6곳을 하나로 묶는 "기계 테크노밸리"를 구축중이다.

또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분야에 매년 30억원을 투입하고 해외연구원을 초청,중소.벤처기업에 기술지도를 준비중이다.

이밖에 대구 광주 울산 등 광역도시들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의 회생에 벤처기업 육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반도체단지 등 각종 산업단지 건설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는 한편 지역 연고가 있는 수도권 소재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지방 벤처기업들도 팔을 걷고 벤처붐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조합과 사단법인 설립,엔젤투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남에선 벤처기업인,교수 회계사 투자전문가 69명이 모여 지난 3월 "경남벤처포럼"을 결성,활발히 기술제휴 및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발기인 대회를 가진 "경기벤처클럽"은 1백여개 회원사를 중심으로 조만간 대규모 벤처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4백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벤처단체인 "인천벤처클럽"도 곧 본격 활동을 벌인다.

<>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 =지방도시에 벤처바람이 불고 있지만 기업환경은 수도권에 비해 아직 열악한 편이다.

신기술 동향 등 핵심정보가 수도권에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방 벤처육성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소외되고 있는 지방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 등록요건을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벤처의 육성이 절실하다"며 "정부의 지방 벤처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이 시행될 경우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지자체 대학 기업간 협력관계가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