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구조조정에 쏟아부은 1백2조원의 공적자금은 ''제때 충분히 과감히''라는 투입원칙을 제대로 지켰으면 상당부분 절약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세금(공적자금)을 수조원씩 잡아먹은 부실책임자에 대한 징계도 적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두차례 영업정지 끝에 퇴출된 대한종금과 나라종금의 사례는 부실정리를 미룰수록 "돈먹는 하마"가 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작 정리했으면 2조5천억원으로 막을 예금대지급 규모가 6조5천억원으로 4조원이나 불어났다.

나라종금은 1차 영업정지가 풀리자 발행어음으로 돈을 끌어모아 대우에 고금리로 꿔주는 죽기살기식 영업확장에 나섰다.

망해도 정부가 대신 물어준다며 예금을 끌어들인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였다.

대한종금도 거래업체들을 억지로 증자에 끌어들여 버티다가 문닫았다.

그 와중에 예금대지급이 배로 늘고 신동방 등 거래업체들의 동반부실을 낳았다.

제일 서울은행에는 지금까지 15조2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넣고도 앞으로 5조-6조원(풋백옵션, 추가증자 등)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두 은행을 살리는데 물경 20조원이 든다.

지난 1998년초 넣은 공적자금 3조원은 감자(자본금 줄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외매각 협상을 질질 끌면서 제때 손쓸 기회를 놓친 탓이다.

대한생명을 제대로 팔았으면 공적자금 2조원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대생 공개입찰때 강한 인수의사를 보인 LG그룹을 끝내 포기시켰다.

팔아서 공적자금 부담을 줄이기보다 재벌집중을 더 의식해 국영화를 택했다.

당시 대한생명의 영업권 프레미엄은 줄잡아 2조원으로 추정됐다.

3조원을 넣고 또 4조9천억원을 넣게된 한국.대한투신은 정부의 대표적인 시행착오 사례로 꼽힌다.

금감위 관계자는 "지난해말 1차 투입때 충분히 넣었다면 적어도 1조원이상 절약하고 시장도 덜 나빠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당시엔 공적자금이 바닥나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투신 구조조정을 미뤘다고 비난했다.

국민세금으로 투신고객의 손실을 메워준 것은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적기시정조치가 오히려 부실처리를 지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조치는 대주주의 경영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정리에 들어간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 한번 부실하다고 낙인찍힌 금융회사가 되살아난 선례가 거의 없다.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5개 상호신용금고중 13개는 대주주가 포기해 퇴출됐고 나머지 2개도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물론 공적자금을 넣어 잘된 경우도 있다.

은행들이 그나마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10%선으로 유지하는 것도 공적자금 덕이다.

부산.경남은행은 약 1조5천억원의 부실채권 및 후순위채 매입지원으로 정상화에 성공해 적기시정조치에서 졸업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지금까지 2천명 가까이 부실책임을 물었다지만 사법당국에 제대로 고발한 경우는 많지 않다.

금감위는 ''전직 유죄, 현직 무죄 . 퇴출 유죄, 생존 무죄''라는 기묘한 잣대를 적용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제라도 공적자금 쓸 땐 쓰더라도 투입원칙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부실원인을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을 국민들이 이해하고 시장이 믿을 것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