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몽헌회장은 25일 "북한이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 수준으로 개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이날 금강산 유람선인 현대 봉래호 선상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남한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북한을 오가며 사업할 수 있는 날이 멀지않았다"고 강조했다.

정회장은 대북경협과 관련,"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6월말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영문제에 대해서 정회장은 "금융권이 불안하지만 기업들은 최고의 (매출)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재벌체제는 의미가 없어지고 각 기업별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라고 밝혀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체제를 앞당길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 서해안공단 부지선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김정일위원장이 신의주를 후보지로 거명한 이후 본인이 직접 세차례에 걸쳐 제안수준임을 확인했다.

북한으로서는 서해안공단사업이 어마어마한 국가사업이어서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해주나 남포가 돼야 한다는 점을 다각도로 촉구하고 있다"

-북한 SOC사업에 일본자금을 연계해 활용할 계획인지.

"지난4월 일본방문때 포괄적인 논의가 있었다.

일본자본 활용문제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굳은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일본외에 유럽 등 다른 나라들도 북한진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금강산일대 자유통행지역 설치방안은.

"온정각 휴게소를 중심으로 온천장 금강산려관 문화회관 등 3개 지역을 하나로 묶어 자유통행지역으로 만들 계획이다.

현재 얘기가 잘 되고 있어 연내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금강산지역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할 생각은 있나.

"솔직히 금강산에 면회소가 설치되면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내심으로 바랄 뿐이다.

우리 정부나 북한측 어디에도 말한 바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대책은.

"현대투신에 대해서는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이달초 발표한 대로 책임을 지겠다.

자신이 있으니까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물러날 각오가 이미 서 있다.

현대투신 자체는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권의 불안감이 현대투신으로 옮겨왔던 것뿐이다.

앞으로 재벌체제는 의미가 없어지고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어떤 기업도 투명성과 책임경영이 구현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는 이사회(사외이사 포함)가 경영진의 결정을 추후 승인하는 "거수기"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이사회 회의 현장도 개방할 생각이다.

각 기업의 경영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평가할 것이다"

-경제위기설이 나도는데.

"지금 국내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업하기가 좋은 환경에 있고 실제로 최고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금융권 불안으로 대우사태가 지금 서서히 여파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이 불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면으로 다 같이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코스닥침체도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인터넷사업은 전통산업과 어떻게 연결짓느냐에 생명이 달려 있고 전통산업 역시 정보통신사업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전경련 회장단에 가입할 생각은 있나.

"재계에서 내 역할을 필요로 한다면 그럴 뜻이 있다.

주변 여건이 허락되면 소정의 절차를 밟게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현대자동차가 계열에서 분리된 이후에 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함)"

-남북한간 철도및 도로재건사업은.

"남북한간에는 이미 지난 89년 동부지역 군사분계선을 관통하는 육.해.공로개발에 관한 합의서가 작성돼있다.

북한측과 충분한 신뢰를 쌓았기때문에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인 민영미씨 억류사건이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이 있었지만 그냥 쉽게 넘어갔다.

그만큼 북한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