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인 은행과 부실은행에 대해 정부 스스로 합병을 주도함으로써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서둘러 잠재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4일 "현 경제상황과 대응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책은행의 지주회사화를 통해 부실은행을 흡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금융시장의 실패"가 발생한 만큼 정부의 한시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고와 단기외채 규모를 감안할 때 지난 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재발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부문을 위협하고 있다는게 연구소의 현실인식이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없이는 부실제거와 구조조정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부실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을 전제로 조기에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새한과 같은 한계기업의 부도나 워크아웃 현상이 현재화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금융회사의 추가부실을 발생시켜 금융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불안이 신용축소와 자금경색을 불러오고 이는 또다시 한계기업의 대량 도산으로 이어져 금융회사의 부실을 누적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98년 이후 워크아웃 등 기업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47조원의 부실이 새롭게 발생한 사실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홍 위원은 "IMF체제 이후 진행된 산업구조조정의 주요 목적이었던 과잉생산능력 감축이 이뤄진 업종은 거의 없다"며 경기상승이 구조조정의 효과보다는 외부요인에 힘입었을 뿐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작년 현재 석유화학과 반도체 철강은 97년과 비교해 생산능력이 오히려 늘었고 자동차와 조선도 생산능력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

그는 "금융 중심의 경제와 실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성장은 결국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며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체질을 강화에 눈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