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BMW 폴크스바겐 등과 같이 독자적 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제외하고는 연간 4백만~5백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21세기 생존이 불투명하다"

한국 ILO(국제노동기구)협회 초청으로 방한중인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22일 서울 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자동차업체도 엔진이나 미션 등 정밀부품을 독자개발할 능력을 갖춘다면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쿠다회장의 진단은 독자기술력을 갖출 역량을 갖추거나 그렇지않으면 규모의 경제(4-5백만대 생산체제)를 확보하기위해 전략제휴나 인수합병의 대열에 참여하지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견에서 오쿠다 회장은 "도요타도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몇차례 실패를 경험했다"며 "한국업체들도 기술력을 확보하면 중대형차도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독자기술력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오쿠다 회장은 한국자동차 업체들의 해외제휴문제에 대해 "대우자동차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한국자동차 업체들은 경영만 잘하면 해외업체와의 자본제휴 없이도 3사체제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경영기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않았다.

그는 이어 "70년대 한국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경영진간의 견해차로 철수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내년부터 한국에서 매년 1천대 정도의 자동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쿠다 회장은 도요타의 앞날에 대해선 "세계적인 자동차업계의 합종연횡흐름에 상관없이 독자노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도요타는 세계 차업계의 인수합병 바람을 외면한채 독자해외공장 확대와 자체기술개발을 고집스럽게 추구하고 있어 "도요타의 마이웨이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있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내년 봄 프랑스 북부 발랑시엔에 현지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며 2003년에는 연료전지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요타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이미 4백만대 체제를 구축했으며 특히 해외공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성장엔진을 확보해 놓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라인업에서도 일본내 트럭제조 업체인 히노와 소형차 업체인 다이하츠와의 제휴를 강화함으로써 부족한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오쿠다 회장이 이날 한국기자들에게 들려준 한국차업계진단도 결국 "도요타수준이 아니면 합종연횡의 대열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로 요약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