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국에 팔 수 있는 물건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중국기업이 치올라오고 위에서는 고품질 외국제품이 짓누르고..."

중견 무역업체 상사원으로 5년째 베이징(북경)에 근무하고 있는 H지사장의 푸념이다.

그는 화공 철강 전기 섬유 등 돈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을 대는 자칭 "잡식성 장사꾼".

지난 5년간의 중국 비즈니스 경험중 지금이 가장 힘들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세번째 교역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 시장에서만 48억여달러를 순수하게 벌어들였다.

그럼에도 H지사장은 왜 장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 제품이 더이상 기술적 우위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은 단순 임가공제품은 물론 가전 석유화학 섬유 기계 등 고기술 방면에서도 우리나라를 따라잡았거나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저렴한 원가를 무기로 한국제품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또 일본 동남아 등의 업체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당연히 마진폭이 줄 수밖에 없다.

투자진출 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중 성공했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활한 중국시장"과 "저렴한 인건비"등을 믿고 90년대 초반 중국에 뛰어들었던 많은 기업들이 쓴 맛을 봤다.

그들에게 중국시장은 열리지 않았고,판매애로가 생긴 상황에서 저렴한 인건비는 의미가 없었다.

첨단제품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이전에 몸을 사리고 있을때 중국은 이미 다른 나라의 업체들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술력을 갖춘 중간재 분야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약 12% 증가에 그쳤지만 TV.컴퓨터모니터 TFT-LCD 반도체 통신장비 등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60~1백44% 급증한게 이를 말해준다.

톈진(천진)과 선전 후난(호남)성 창사(장사)등에 진출해있는 고기술 전자업체들이 지금 중국 진출의 선봉에 서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앞둔 중국은 세계 일류기업들의 각축장이 돼가고 있다.

미국 컨설팅사인 아더 앤더슨은 "세계 일류제품이 아니고선 중국시장에 발을 못붙일것"이라고 했다.

이제 중국에서도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