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은행 합병을 다각도로 몰아부치고 있다.

은행 구조조정이 빨리 가시화되지 않고선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합병구도가 가시화되는 시기는 당초 오는 7~8월에서 다음달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안에 눈에 띄는 합병이 없을 것이라던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합병당위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합병이 은행 구조조정의 전부는 아니라면서도 은행의 독자생존 추구는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과 시장참가자들은 정부가 합병얘기를 꺼낼 때마다 헷갈린다.

리딩뱅크(선도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장주도의 합병을 강조하고 부실을 다 까발려 정리한다면서 공적자금 문제만 나오면 회수한 돈으로 충분하다고만 한다.

<> 정부의 생각 =정부는 규모의 경제(대형화)와 범위의 경제(시너지효과)를 모두 만족시키는 초대형은행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구도가 됐든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선 리딩뱅크와 전문 특화은행으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합병구도를 드러내진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하나씩 합병 시나리오를 흘리면서 시장의 반응을 떠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위에서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가능성을 제기한뒤 은행주가가 급락하자 재경부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재경부는 한빛 조흥 외환 등 정부출자은행들을 금융지주회사로 묶고 내부 구조조정을 이룬뒤 합병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헌재 장관은 한 지주회사 아래서 은행간 업무교환, 특화된 업무개발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은행끼리 합병을 할 수도 있다고 일본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원국회에 올리고 금융전업가에겐 은행지분한도(4%) 초과보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다음달까지 은행이 인식하지 못한 잠재부실을 전부 드러내고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며 필요하면 정부가 후순위채도 매입해 줄 계획이다.

게다가 이 금감위원장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지분을 해외매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주변여건을 최대한 정비할테니 은행장들이 스스로 알아서 빨리 움직여 달라는게 정부의 주문인 셈이다.

<> 해외 사례 =정부가 한빛 조흥 외환 등 3개은행의 통합추진과 관련해 갖고 있는 복안은 일본의 다이이치간교-후지-니혼고교 등 3개 은행의 합병계획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이치간교 등 3개 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공동으로 설립, 2002년까지 합병을 완료하겠다고 지난해 8월 발표했다.

3개 은행은 주식교환제도를 이용해 각 은행의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과 1대 1로 교환키로 했다.

또 기존 3개 은행의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해 개인거래은행, 법인거래은행, 증권 및 투자은행 등으로 구분키로 했다.

이에앞서 증권 자회사인 다이이치간교증권 후지증권 고긴증권을 합병시킬 예정이다.

세 은행은 지주회사 설립 후 5년 안에 전체 3만5천여명의 종업원 중 약 6천명을 감축하고 1백50개 점포를 정리키로 했다.

이로 인한 비용절감액은 1천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형규.김인식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