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장기 침체와 "새한 쇼크"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단기 운용자금 압박은 물론 증자지연 전환사채압박 외자유치불발 신산업투자불투명 구조조정지연 스톡옵션유명무실화 등 연쇄파장으로 번지고 우량기업들까지 자금난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21일 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새한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여신심사가 강화되는 등 기업대출 기피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새한에 최대 3천억원까지 물린 은행도 있어 새한과 비슷한 신용등급의 회사나 사업전환에 문제가 있는 회사에 대한 금리차등화 만기상환 등 철저한 여신관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종금사 등 제2금융권도 여신 축소에 착수,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 등 대체자금 조달수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업들의 회사채 발행실적은 3조5천9백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가량이나 줄었다.

만기가 돌아오는 전환사채(CB)도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지난 97년과 98년에 상장기업이 발행한 CB중 올해 만기가 되는 물량가운데 지난달 현재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은 것만 37건(발행회사는 28사) 8천3백30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면 대부분 현금상환을 해야할 상황이다.

주가하락으로 계획됐던 외자유치를 포기하거나 늦추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었던 한솔전자의 경우 1.4분기에 이익을 냈지만 주가가 액면가 이하인 1천2백원대에 머무르고 있어 외자유치를 보류했다.

현대정공도 미국의 TRW 등 해외모듈업체와 지분매각을 통한 전략제휴에 나서 합작사 설립을 계획했으나 주가하락으로 지연되고 있다.

한신코퍼레이션은 당초 3백억원 규모로 발행하려 했던 해외전환사채 발행액수를 2백억원으로 줄였으며 한일건설도 당초 1천5백만달러 규모로 목표했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계획을 절반가량인 8백만달로 줄였다.

코스닥 기업들은 증시침체로 증자 추진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현재까지 증자 및 사채발행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업체는 코리아링크, 옌트, 재스컴, 와이티씨텔레콤, 시스컴, 중부리스금융, 골드뱅크 등 14개사에 달한다.

상장기업인 오리엔트의 경우 정보통신 부품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하반기중 증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증시침체로 실현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워크아웃중인 고합도 지난해 벤처투자로 2천3백억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냈지만 코스닥시장의 주가하락으로 이익규모가 1천5백억원으로 줄었다.

이로인해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이 힘들어졌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