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논쟁의 불을 댕긴 요인중의 하나인 무역흑자 격감은 급속한 소비팽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올 1.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은 실질소득이 외환위기전을 맴돌고 있는 반면 소비지출은 급증했음을 나타낸다.

소비팽창은 수입증가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이로인해 무역흑자가 격감하고 있다.

반면 계층간 소득격차는 거의 개선되지 않아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 4년전 수준에도 못미치는 도시근로자 소득 =1997년말 IMF체제 이후 급감하던 도시근로자가구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3.4분기부터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4년전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95년 가격을 기준으로 한 올 1.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1백95만5천9백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백87만8천원)보다 4.1% 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4분기 2백13만9백원의 92% 수준에 불과하고 96년 수준(2백4만4백원)에도 못미친다.

도시근로자가구 소득분배구조의 불균형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균형 정도가 높음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4분기 0.325를 기록, 작년 4.4분기 0.327보다 0.002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7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평균 0.320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의 편중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 고소득층이 주도하는 소비 =소득분배구조의 불균형의 영향으로 소비도 고소득층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공공교통비는 지난해보다 8.2% 늘어난데 그쳤지만 자가용 구입비는 50.1%나 증가했다.

또 컴퓨터 갬코더 등 교양오락용품과 관람료 강습료 여행비 등 교양오락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각각 77.9%와 24.9% 폭증했다.

휴대폰 사용료 등 통신비도 38.2%나 늘었고 외식비는 31.8%, 보충교육비도 25.7% 늘었다.

주로 여유있는 가구의 수요가 많은 항목에 대한 소비증가율 상승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주거비중 월세도 48.6%나 증가했는데 통계청은 저금리에 따라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밀린 월세를 받아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급증으로 가계의 흑자규모가 대폭 감소했다.

1.4분기 전체소득에서 가계지출을 뺀 흑자액은 월평균 43만3백원으로 94년 2.4분기 이후 가장 적다.

흑자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계산한 흑자율도 93년이후 가장 낮은 20.6%다.

외환위기로 잡아뒀던 소비욕구를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게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