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내우는 2단계 금융구조조정과 7월부터 시행되는 채권싯가평가제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투신사 대책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투신사 공사채형 펀드에선 4조2천4백억원이 이탈했다.

은행의 단위형 금전신탁에서도 같은 기간중 1조9천3백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은행 저축성예금엔 3천억원 이상이 흘러들었다.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는데도 은행권을 찾는 자금행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보호한도 축소조치를 앞두고 우량 금융기관으로 돈이 몰리는 점도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안전성을 찾아 은행권으로 흘러드는 자금이 좀더 안전한 거처인 우량 금융기관으로 대이동할 경우 부실 금융기관은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외환은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서 촉발됐다.

미국이 앞으로도 고금리 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FRB의 강력한 금리인상 드라이브가 미국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홍콩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금리인상을 단행,자국통화 방어에 나서면서 이같은 우려감을 부채질했다.

이 여파로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태국 증시는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98년초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듯 연일 폭락세를 보였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주 금융시장의 촉각은 국제금융 시장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달러강세가 가속화돼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 동반하락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이 뒤흔들릴 수 있다.

원화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대한 매수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에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계의 한 전문가는 "한국은행도 국제금융시장의 전반적인 고금리추세와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