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경제위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및 기업개혁의 부진과 경상흑자감축에 따른 거시경제 불안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이같은 불안한 경제현실을 타개할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경제정책이 현실을 파고들지 못함에 따라 이같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경제정책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명목상으로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정책 조정과 총괄기능을 해왔지만 권한은 예전에 비해 크게 축소돼 부처간 견해가 상충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조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총선후 개각설이 나돌면서 요즘은 권위마저 눈에 띄게 땅에 떨어졌다.

이에따라 경제 장관들이 저마다 다른 견해를 발표하는 사례가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다.

경제팀간의 화음이 제대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둘러싼 논란도 경제팀의 확고한 리더십 부재에서 초래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까지 나서 공방을 벌이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태준 국무총리는 16일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필요하다면 국회동의를 받아서라도 (공적자금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해 국회동의를 받지 않겠다는 이헌재 재경부장관과 다른 주파수를 보냈다.

박 총리는 앞으로 "경제는 내가 챙기겠다"고 강조했으나 기형적인 정치지배구조의 문제점 때문에 효과적인 정책수행이 이뤄질지 의문시된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결별한 상태에서 자민련 출신인 박 총리가 행정부를 다잡고 경제를 챙길 수 있을지 고개를 젓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업및 금융개혁을 금융논리로 무장한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주도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산업현실을 중시하는 실물부처와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 운영의 최우선이 남북정상회담에 맞춰지면서 나타나는 경제 분야의 상대적 소외현상도 문제다.

재경부 관계자는 "요즘 청와대의 최대 관심사는 6월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라며 "대통령이 각 부처로부터 듣는 업무 보고의 대부분이 남북관계 사항"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헌재 장관이 16일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 경제 현안을 설명했지만 대통령이 재경부 장관을 독대한 것은 한달만에 처음이었다.

2년여간의 개혁에 따른 피로 증후군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개혁의 속도와 적극성 또한 눈에 띄게 약화됐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10.7%로 높아지면서 실업률이 떨어지자 각 경제주체들이 IMF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자화자찬했지만 개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게 외국 평가기관들의 분석이었다.

은행과 기업의 막대한 부채가 여전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권 부실채권은 작년말 현재 67조원, 제조업 전체의 차입금은 2백45조6천억원.

이들 부실과 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는 2단계 개혁을 지속하지 않을 경우 한국경제가 또다른 어려움을 맞을수 있다고 외국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부실업체인 대우의 워크아웃이 지지부진하고 서울은행의 경영 정상화도 요원한 데서 보듯 2단계 개혁은 주춤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개혁의 또다른 주체이자 대상인 노조는 회사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중수 경희대 교수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선 강력한 경제부처가 필요하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정부가 통일된 목소리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나갈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