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내에서 까지도 재경부의 공적자금 조성 계획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재경부가 정치적 부담만을 고려해 안이한 대처를 하고 있다는게 그 논지다.

경제부처가 현 경제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비판적 시각도 다분히 깔려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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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총리가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적자금 조성과 관련,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 동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재경부의 공적자금 운용태도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이다.

재경부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집착한 결과,추가 투입이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에 혼선이 생겼고 허술하게 재원마련 대책을 세웠다는게 박 총리의 인식인 것이다.

국무조정실 정책평가위원회가 이날 재경부의 방침과 상반되는 견해를 피력한 것도 박 총리의 이런 시각의 반영인듯 하다.

평가위는 예금보험공사의 예금 대지급금 및 출연금 회수를 통해 공적자금을 상환하겠다는 재경부의 계획은 실현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말 현재 예금 대지급 및 출연을 위해 지원한 21조원중 회수된 규모는 9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한후 재경부는 공적자금의 회수, 추가 필요분, 재정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성 있는 상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예보와 자산관리공사가 부실 금융기관에 증자대금을 지원했지만 주가 하락과 대량 주식매각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의 민영화를 통한 자금 회수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평가위는 이밖에 재경부가 공적자금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을 위해 작년 하반기까지 전담팀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담당 조직의 성격 등에 대해 금감위와 이견을 보여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는 등 관리.운영 측면에서도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민주당은 이날 당정간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공적자금 소요를 정확히 파악한 뒤 당론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책위 고위 관계자들은 정부 방침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하며 조성 회수도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그때 가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재경부의 방침과 명확히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회 동의도 받을 수 있다는 "정공법"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또 한차례 추가 자금을 조성하면 국민의 혈세를 부실 금융기관에 쏟아붓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더욱 비등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국회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 차입금 등을 통해 금융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회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배.김남국 기자 kh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