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들이 부실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실채권을 시급히 처분,재무건전성을 높이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고 결국 합병을 당하거나 감원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빛 조흥 외환 등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 부실채권 규모는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빛은행이 8조5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5조6천억원 수준이다.

이들 3개 은행은 전체대출금중 고정이하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16%를 넘어서고 있다.

고정이하 부실채권이란 돈을 빌려간 기업의 신용도가 낮아 정상기업여신에 비해 회수가능성이 낮은 대출금을 말한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미래상환능력(FLC)을 기준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해왔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국민 한미 서울은행도 고정이하 부실채권비율이 10%를 넘는다.

부실채권은 회수가능성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은행의 재무투명성을 개선하는데 걸림돌이었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대해 일정비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외국투자자들로부터는 신뢰를 받지 못했다.

한빛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4조6천억원,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2조9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으나 주가는 1천원대로 떨어진 것도 이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부실채권전문 투자회사인 론스타 심광수 회장은 "금융회사들이 재무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실채권을 시급히 처분해야 하는데도 당장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미뤄왔다"고 말했다.

부실채권을 시급히 처분하지 못할 경우 주가상승이나 대외신뢰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이때문에 조흥 한빛 외환등 대부분 은행들은 올해 부실자산 정리를 최우선 경영목표중 하나로 잡았다.

조흥은행은 1조5천억원의 부실채권 매각에 이어 곧바로 5천억원에 상당하는 손실추정채권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한빛은행은 2천1백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분하고 5천억~6천억원 규모의 ABS발행을 통해 부실자산을 털어낼 계획이다.

외환은행도 1조원 이상의 부실자산을 매각할 방침이다.

그러나 은행의 이같은 부실자산 처분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를 매입해줘야 한다.

론스타 골드만삭스 써버러스 등 외국투자회사들이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있으나 금융권 전체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매각물량이 너무 많으면 가격협상도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투신사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는 부실채권이 1백30조원에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조흥은행이 써버러스와 부실자산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별도로 5억달러 자본유치에 합의한 것도 이같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부실자산을 최대한 많이 매각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손실과 자본잠식을 최소화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은행합병등 금융구조조정이 가시화될 수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