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글로벌체제''에 편입되면서 경제단체들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명함도 제대로 못내밀던 외국계 경제단체는 한국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반해 국내 경제단체들은 회원들이 빠져나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가 열세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나 유럽상의의 무역보고서는 바로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경제단체의 대정부건의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우이독경''식이다.

부산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에서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김정원 과장이 요즘 서울 주한 EU상의에 출장을 자주 가는 것도 이런 상황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이 공단은 최근 주한 EU상공회의소에 가입한 뒤부터 이 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광양항 개발 외자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엔 광양 현지에 외국기업인들을 초청,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과장은 "외자유치 정보를 제공하고 외자유치원을 발굴하는 데 주한EU상의와 같은 외국 경제단체가 제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86년 설립된 주한 EU상의에는 컨테이너부두공단 같은 한국 회원이 전체 6백여 회원중 1백여 군데나 된다.

대부분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한국회원의 신청이 늘자 이 단체는 매월 20여곳의 신청자중에서 심사를 거쳐 10여군데만 회원으로 받고 있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는 현재 2천2백여명의 회원중 36%인 8백여명이 한국 회원이다.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은 오래전에 가입했다.

이들 외국상의는 지자체와 외자유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자체 투자유치 뉴스를 발간하는 등 외국기업과 한국회원간 교류 서비스에 나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의 외제차 구입방침에 고무돼 있다.

반면 한국자동차협회는 대우자동차의 매각추진으로 한 식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밖에 남지 않아 협회로서 활동전망이 불투명하다.

외국계 경제단체나 협회의 기세등에 비해 국내 경제단체나 협회는 ''왕따''당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으로 회비를 못내는 회원이 늘어난데다 회원들로부터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1백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62개 지방상의 회비납부 회원수가 한 때 10만 업체에 육박했으나 올들어 5만여곳으로 줄었다.

박용성 신임 대한상의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벤처기업인들을 부회장단에 영입하려고 해도 이들이 바쁘다고 해서 만나지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상의는 2003년부터 회원가입이 임의가입제로 전환됨에 따라 "회비 바겐세일"에 나서는 등 회원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4백20여 회원으로부터 3백50억원의 회비를 거둬 재정운용에 문제가 없었지만 법정관리중인 몇몇 대우 계열사가 회비를 제대로 못낼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본 경제단체의 양대 산맥인 닛케이롄(한국의 경총 격)과 게이단롄(한국의 전경련과 유사)이 2002년5월까지 통합한다고 발표하자 한국에서도 유사한 통합이 이뤄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는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박상희 회장이 당초 약속과 달리 조기퇴진하지 않아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여성기업인 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도 지난해 회비 징수율이 각각 50%,30%에 불과했다.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