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들이 전자상거래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전자분야 기업간 전자상거래업체인 일렉트로피아는 11일 내달중 개설을 목표로 집단별 공동구매사이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휘발유가 우선적인 공동구매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과 군인 공기업직원등 동질적인 구성원들을 모은뒤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휘발유공동구매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구입가격을 대폭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일렉트로피아의 박창수 e비즈니스 팀장은 "휘발유의 경우 제품간 품질에 큰 차이가 없고 제품을 따로 배달할 필요도 없어 공동구매가 용이하다"며 "공무원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집단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부품 등을 공동구매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희망자를 모으는 일은 있지만 휘발유와 같은 연료를 대규모로 공동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같은 휘발유 공동구매가 정착될 경우 석유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정유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3일엔 한국석유공사가 원유와 함께 석유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사고 파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사이트를 이달중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에 소극적이던 정유회사들이 다른 전자상거래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전자상거래망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자율화에 역행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석유공사의 전자상거래추진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10일 소집한 회의에서 정유업계 실무자들은 "석유공사가 업무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분야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석유거래에 경험이 많은 민간업체들이 주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국석유공사가 석유제품의 수급 및 가격체계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정유사들을 배제한 채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장기도입계약을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도록 정부가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 수급이 불안해지고 기존의 유통질서도 붕괴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정유회사들이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전자상거래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석유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는데 한국도 빨리 흐름을 쫓아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제시설없이 석유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독립수입업자와 어느 정유사에도 속하지 않는 이른바 무폴주유소 등도 "정유4사가 전자상거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일 집단 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에 대한 전자상거래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