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쏘나타 아성에 도전한다"

중형차 시장에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동차 SM5는 르노에 매각된 것을 계기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기아는 오는 7월 중형 세단 옵티마(크레도스 후속모델)를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우도 하반기 중 매그너스 스포츠 모델을 개발,시판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중형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재시동 건 삼성자동차 ="불운의 차 SM5".

나오자마자 국내 중형차 시장을 석권했지만 IMF 사태의 여파와 빅딜 파동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삼성자동차 SM5가 르노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재기의 시동을 걸고 있다.

르노가 SM5를 계속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각 영업소에는 연일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평소 50~70건에 이르던 하루 계약 대수가 최근 2백여대로 급속히 늘었다.

택시는 석달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삼성자동차는 올해 일단 2만~3만대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5만대 정도로 판매고를 높여 완전 정상화할 방침이다.

삼성-르노자동차(가칭) 새 법인이 설립되는 오는 7월을 반격의 계기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31개 법인을 연말까지 80여개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서비스망도 대거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차 관계자는 "이미 품질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며 "다만 부족한 영업망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중.대형차 시장 재장악에 자신감을 보였다.

<> 옵티마로 자존심 회복 벼르는 기아 =기아는 현대와 플랫폼 통합의 첫번째 모델인 "옵티마"를 오는 7월중 시장에 내놓는다.

이 차는 크레도스 후속모델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EF쏘나타 후속차종이다.

크레도스 이후 변변한 중형차 하나 갖지 못해 종합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이미지가 구겨진 기아는 이 차 판매에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EF쏘나타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개발비가 들지 않아 원가경쟁력에서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8과 2.0 두가지 모델이 나오는 옵티마를 통해 기아는 중형차 시장의 30%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수성에 나선 현대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가 결정된지 4일 후인 지난 1일.

현대자동차는 기존 EF쏘나타와 그랜저XG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EF쏘나타 월드컵"과 "그랜저XG L20"가 그것.

월드컵 모델은 기존 EF쏘나타 2.0 모델을 고급화한 것으로 중형차로는 드물게 투톤 컬러를 적용했으며 그랜저XG L20도 고급사양으로 바꿨다.

현대가 직접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SM5 바람을 조기에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과거 SM5와의 경쟁에서 현대는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을 겪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 한가운데 있던 1998년 8월.

삼성 SM5는 한달에 8천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현대차를 압도했었다.

현대가 긴장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현대가 중형차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르노의 삼성차 인수가 대우차의 해외매각만큼이나 현대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는 하반기중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히든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중형차 시장을 둘러싼 자동차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