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거듭해온 세계 자동차업계는 본격적인 ''빅6'' 체제로 접어들었다.

르노가 닛산을,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미쓰비시를 인수함으로써 GM을 필두로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도요타, 르노 등 6개 업체가 연산 4백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가진 메이저로 자리잡았다.

지난 90년대초 ''향후 자동차업계는 6개 대형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던 관측이 갈수록 무게를 더해가는 추세다.

물론 앞으로 이들 빅6간 대형 인수합병(M&A)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실제로 지난 98년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간 합병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메이저간 인수합병은 현단계로 일단락됐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빅6 모두가 그동안 불려놓은 덩치를 추스르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빅6는 풀라인업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제각기 일정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상용차부문이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지만 큰 흐름을 놓고 볼 때는 지엽적인 사안이다.

대신 신기술이나 신사업영역을 놓고 동종업체간 제휴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GM-도요타,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이미 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다임러가 미쓰비시를 인수한 것도 미쓰비시의 소형차 기술능력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로 이어지는 미국업체들의 온라인 공동부품구매도 "윈윈 전략"에서 나온 수평적 제휴다.

앞으로 관심의 초점은 빅6이하 중위권 업체들의 진로다.

빅6는 규모의 경제라는 유리한 거점을 바탕으로 군소업체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당장 국내 대우자동차가 인수대상에 올라 있다.

GM과 포드는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인수전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어떤 형태로든 메이저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술.판매망뿐만 아니라 자본까지 제휴폭이 확대될 경우 빅6가 짜놓은 판도에 끼여들게 된다.

세계 7위권의 피아트는 이미 GM과의 지분제휴를 통해 GM쪽으로 줄을 섰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은 "우호적인 관계"를 명분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빅6가 아니면서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인정받고있는 독일의 BMW와 일본의 혼다다.

양질의 수익구조와 고급차 중심의 생산구조를 가진 BMW는 모든 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인수대상 "0순위"다.

최근 포드에선 BMW 인수설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포드는 BMW로부터 랜드로버를 인수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다고 자평한다.

BMW의 주인인 독일 콴트가도 매각에 관심을 보인다는 외신이 들어오고 있다.

만약 포드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기존 재규어 볼보 애스톤마틴 등과 함께 세계 최강의 고급차 생산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포드의 일방적인 "구애"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혼다는 지난 79년부터 94년까지 이어져온 영국 로버와의 제휴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본 탓인지 지금까지 다른 업체와의 연합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혼다리즘"으로 대표되는 자력갱생의 기업문화도 독자생존 전략을 견인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 와중에 혼다는 작년말 GM과 엔진의 상호공급 등 환경기술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했다.

양사는 환경분야뿐만 아니라 안전기술 등 차세대 기술분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력을 바탕으로 GM과 대등한 동맹을 맺는데 성공한 것이다.

향후 혼다의 세계전략 역시 이처럼 제한적인 영역에서 펼쳐질 공산이 크다.

"어떤 경우에도 타업체와의 자본제휴는 없을 것이며 경영의 독립성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 요시노 사장의 장담이다.

조일훈 기자 ji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