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환경및 벤처 관계자 2백여명이 모인 이곳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70여개 업체들이 참여하는 "한국환경벤처협회(KEVA)"가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성장우선 정책에 밀려 소외받던 환경산업이 드디어 큰 기지개를 시작했다"며 초대 회장에 취임한 김형철 초당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운을 뗐다.

환경부 차관을 지낸 환경정책 전문가인 그는 "환경벤처의 애로사항을 모아 정책개선을 건의하겠다"라는 대목에선 목이 메었다.

김 회장의 인사말을 이어받은 김명자 환경부 장관은 "관련 부처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환경산업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를 이은 한준호 중소기업청장도 "환경벤처들의 기술이 마음껏 활용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준 벤처캐피탈협회장은 "기술력있는 환경벤처에 자금을 몰아줘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힘이 되겠다"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들의 말은 단지 과장된 축사일 뿐일까.

확실히 한국에서 환경분야는 인터넷이나 정보기술(IT)처럼 화려하게 꽃피지 못했다.

바이오처럼 새롭게 각광받고 있지도 않다.

산업코드도 따로 분류돼 있지 않은채 여러 분야에 곁다리로 붙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많은 환경벤처들이 대기업 건설회사 등의 하청업체 신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분야는 분명히 21세기 세계 경제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도 있는 숨겨진 카드로 꼽힌다.

전세계 환경시장의 규모는 올해 5천8백억달러(약 6백38조원)에서 오는 2008년엔 1만2백29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연평균 12.5%의 성장을 지속해 2003년엔 15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변화 협약이나 ISO14000(환경경영체제) 인증 같은 국제적인 환경규제 강화를 감안하면 눈에 보이는 수치 몇 배 이상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환경보호라는 당위성을 넘어 경제적인 관점에서 환경산업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고 있는 추세다.

이런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뜻일까.

이날 협회원들의 감회 어린 눈빛은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환경산업이다"

서욱진 벤처중기부 기자 ventur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