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한 벤처기업 가운데 일부가 부실해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2일 창업투자업계에 따르면 창투사들은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바쁘다.

투자계획을 재조정하고 인력채용을 보류하는 등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5억원을 투자했던 S창투사는 최근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대신 코스닥 시장의 상황을 살피며 기존 투자금을 빠른 시일내 회수할 계획이다.

O사는 주력 분야인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보류하고 투자를 결정할 때도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이사 전결사항이었던 5억원 미만의 소규모 투자를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바꾼 것. 국내 20위권 창투사인 L사는 원래 내달중 정보통신 분야 심사역을 10여명 채용하려 했으나 무기 연기했다.

오히려 인력이 남아 돌아 전직원을 대상으로 일주간 휴가를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영업력과 자금력이 취약한 일부 창투사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휴업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M사는 투자재원 마련이 어렵자 조만간 창투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초기 자금수요가 거의 없는 기업인수합병(M&A),코스닥 등록 컨설팅 쪽으로 사업방향을 틀기로 했다.

벤처산업의 찬바람은 창투사의 신규 설립에서도 드러난다.

올들어서만 무려 33개의 창투사가 인가를 받았으나 지난 4월 중순부터는 신청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

중소기업청 벤처진흥과 송종호 과장은 "올들어 하루 평균 5~6건 정도의 창투사 설립에 관한 문의가 들어왔으나 최근 들어 전화가 끊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냉각된 분위기 속에 다른 한편에서는 창투업계에 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자금력이 튼튼한 일부 신설 창투사들은 싼 값에 우량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메이저 창투사들이 투자를 꺼리는 닷컴기업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닷컴기업은 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자금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신설창투사를 찾고 있어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최근 문을 연 호서벤처투자 서범석 사장은 "매일 3~4개 이상의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투자문의를 해오고 있어 상담중"이라며 "일부 기업의 경우 인수 제시가격이 몇달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