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C(세계반도체협의회)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것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위상과 역량이 그만큼 높아진 결과지요"

지난달 27~2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WSC 의장으로서 4차 총회를 개최한 이윤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총회의 한국 개최 의의를 이렇게 말했다.

WSC는 1996년 8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맺은 미.일간 반도체 쌍무협정에 따라 세차례 열린 이후 작년 8월 다자간협의체로 새출발했다.

때문에 이번 총회는 다자간 국제협의체로서는 첫 회의이다.

"다자간회의는 회의에 참가한 당사자들이 특정한 주제에 대해 공평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결집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총회가 열리는 동안 이 회장은 모든 회의 운영방식을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정하며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Press Conference)에서도 가능하면 참여국 대표들이 직접 답하도록 유도하고 자신은 혼선을 가져올 수 있는 대목만 간단하게 설명하곤 했다.

회의 주제도 반덤핑 문제 등 갈등적인 이슈보다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주로 선정됐다.

반도체 업체들의 환경 오염문제, 안전 보건, 시장 개방 등이 주로 논의됐다.

업계의 공통 관심사인 반도체 시황과 기술개발 동향에 대한 의견교환도 빠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세계 주요 반도체회사 최고경영자들의 의견을 감안할때 반도체 시장은 향후 10년간 호황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 컴퓨터 보급확대, 기업들의 e비즈니스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서양인 못지 않은 1백80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그는 이번 총회에서 항상 소탈한 미소를 띠면서 회의를 진행해 세계 1위 업체 최고경영인으로서의 여유도 보였다.

이 회장은 "세계 반도체 업체의 CEO들은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들과 나눈 대화는 앞으로 반도체 사업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산업의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생산 수출 못지 않게 국제행사도 주도,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달 협회장에 오른 그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얼마나 기여를 할지 관심이다.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