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경제단체장의 만남은 정부와 재계간에 형성됐던 갈등기류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 등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간의 시각차를 좁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했다는 점도 이날 모임의 성과로 볼수 있다.

정부와 재계 갈등 증폭으로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사태가 이어진 상황에서 정.재계의 화합을 상징적으로 과시한 이날 모임은 경제불안을 진정시키는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조사 등 일련의 업무는 특정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며 재계와 금융시장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정부가 총선이후 재벌 길들이기용으로 잇따른 강경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항간의 해석은 오해라는게 이 장관의 해명이다.

그는 오히려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잘했다"고 재벌들을 치켜 세우며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은 "골프모임에서 나온 얘기가 언론에 너무 크게 보도되는 바람에 정부와 재계가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며 오해를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재계는 이날 회동을 계기로 정부와의 갈등 분위기를 서둘러 봉합하고 남북경협사업 확대 등을 통해 화해 무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구조조정 가속화 <>투명경영 <>남북정상회담 적극 협력 등을 통해 정부의 경제개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로 했다.

전경련은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미묘한 시기에 "총선이후 경제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재계의 2차 반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과 같은 자극적인 행동을 자제할 방침이다.

정부가 추진중인 2차 기업지배구조 강화작업에 대해서도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보다는 재계 논리를 차분하게 홍보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낸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재계는 정부가 총선이후 경제에 불안을 주면서 세무조사 등을 몰아붙이는 것은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당국이 개혁을 소리나지 않게 진행하면서 완급을 조절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대투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댓가로 현대가 사재출연을 할 것이란 얘기가 돌면서 재계에는 또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정부가 현대를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해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채권단에 출연하기로 했던 일을 떠올리며 다른 기업들은 "우리도 당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