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신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93년 7월부터 시행해온 조기출퇴근제(7.4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삼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부서별 업무 성격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본사 스텝조직은 기본적으로 7.4제를 유지하되 영업 및 연구관련 부서에서는 8.5제,9.6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부서별로 업무 효율를 최대한 높일수 있도록 출퇴근제를 유연하게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3개 타임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부서별로 7시에 출근하는 인력이 있는가 하면 8시,9시에 출근하는 직원도 있다.

출근시간에 맞춰 퇴근 시간도 달라진다.

또 사내 부서간 업무교류가 많은 스텝 조직원 대부분은 종전처럼 7시에 출근하고 있지만 영업부서의 경우 대부분 8시나 9시에 출근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7.4제를 약간 변형한 7시30분 출근 4시 30분 퇴근제를 도입했다.

수원공장에 출근하는 혼잡함을 덜기 위해 출근 시간을 이같이 조정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중공업 코닝 등은 8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8.5제를 확대해 실제로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인력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SDS는 임직원들이 현실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플렉서블 타임제"를 적용했다.

이같은 제도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부서별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게 회사관계자의 얘기다.

삼성이 임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유도해 질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도입한 7.4제가 퇴조한 것은 조기 출근에 따른 직원들의 불만이 여전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인력 구조조정으로 적지 않은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업무가 폭증,출근 시간만 정해져 있지 퇴근 시간은 없다는 불만의 소리도 적지 않았다.

현재 7.4제를 적용받고 있는 한 삼성맨은 "지난 7년동안 시행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한 만큼 계열사별로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삼성 관계자는 "7.4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계열사들이 실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제를 정할 수 있다는게 그룹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리하게 7.4제를 고수하기 보다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출퇴근 시간조정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7시에 출근하는 삼성맨 숫자는 갈수록 줄 전망이다.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