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마쓰시타전기가 마련한 외국인기자단초청 송년회에서 마쓰시타 마사유키(54)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경영의 가미사마"로 통하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창업주의 사위인 마사하루(87) 회장의 아들.

그는 "판로확대를 위해 한국을 다녀왔다"며 "IMF체제이후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 놀랐다"고 설명했다.

작달막한 키에 평범한 모습의 그에게서 창업주의 가족이라는 특별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날 참석한 수많은 임원 가운데 한사람에 불과했다.

마쓰시타전기의 올 임원인사중 최대관심사는 마사유키 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승진 여부였다.

회사내 분위기는 한마디로 "No(노)"였다.

야마시타 특별고문은 "마사유키씨는 사장그릇이 아니다"며 창업주 가족의 사장취임 반대를 분명히 해왔다.

사원들도 "마사유키 부사장의 사장승진에 반대한다"고 지적해왔다.

여론도 "안된다"는 쪽이었다.

창업주 가족이라 해서 경영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분위기였다.

일부에선 "창업주 3대의 경영 불가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창업주는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면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마사하루회장이 아들을 사장으로 취임시키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있다"는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너가족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마쓰시타는 결국 상식과 여론에 따라 창업주 가족을 경영일선에서 제외했다.

모리시타 요이치(65)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나카무라 구니오(60)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7년이상 사장을 맡아온 모리시타 회장과 "포스트 모리시타"로 손꼽혀온 나카무라사장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다진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마사하루 회장은 상담역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마사유키 부사장도 사장을 건너뛰어 부회장으로 곧바로 승진,일선에서 한발짝 밀려났다.

나카무라 사장(내정자)은 핵심인 AV(오디오 비디오)와 PC사업을 맡고있다.

사내분사조직인 AVC사의 사장이다.

마쓰시타의 미국과 영국현지법인 사장을 맡기도 했다.

만인이 인정하는 사장후보 1순위였다.

마쓰시타가 올 인사로 고노스케 회장으로 출발한 창업주 가족의 경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를 보여준 모범사례임에 틀림없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